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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우리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 얼마 만큼의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아니 상대에 대한 이해란 것이 처음부터 가능한 일이기는 한 것일까. 자신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을 내릴 수 없는 게 인간이다 보니, 상대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닐까. 다만 자신의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그 남자에게는 비밀이 가득한 과거가 있다.
그 여자에게는 기억이 나지 않은 과거가 있다.
그리고 그 여자에겐 감추어 두었던 과거가 있었다.
4월의 물고기는 러브 스토리기도 하면서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오히려 미스터리 스릴러 쪽이 더 강한 느낌으로 다가온달까.
16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 그 사건은 시간을 뛰어 넘어 현재로 이어진다.
그리고 16년전 사건의 발달은 그보다 더 오래된 과거와 연결되어 있다.
처음엔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금세 이 소설에 몰입하게 되었다. 사람을 끌어 당긴다고나 할까. 서인이란 여자와 선우란 남자의 러브 스토리만이 있었다면 그냥 그랬을테지만, 그들의 사랑과 엇갈린 과거 그리고 각자가 가진 비밀로 인해 이 소설은 더욱더 흥미로워진다.
사람에게 끌린다는 것.
그건 어떤 것일까.
정말 첫눈에 반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면 무의식중에 우린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것이라 단정하고 사랑에 빠지게 될까.
서인과 선우는 서로 의식하지 못했지만 이미 그들은 과거로부터 연결되어 있었다. 비록 그때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16년이란 세월의 강을 건너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된다.
우린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인연이 닿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꼭 만나게 되고, 인연이 닿지 않는 사람은 만나게 되어도 그걸로 끝이라고...
서인과 선우는 바로 전자의 사람들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에는 분명 운명이란 요소가 강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우연과 필연이 겹쳐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한다지만, 분명 질긴 인연에는 운명이 확실하게 작용했을테니까.
선우가 가진 깊고도 어두운 비밀.
그리고 서인이 가진 불완전한 기억.
이 두 가지는 책 본문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어느 순간 모든 아귀가 딱 맞아 들어간다. 그 모든 걸 복선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무심코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것에 그 비밀이 숨어 있었다.
4월의 물고기란 프랑스어로 남에게 잘 속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난 제목을 보면서 서늘함을 느꼈다.
4월은 봄의 시작. 지상은 연두색 풀이 돋고, 꽃망울이 터지고 햇살은 눈부시지만, 물고기가 살고 있는 물속은 여전히 차갑다. 비릿함, 날 것, 차가움.. 이러한 이미지가 오히려 강했기에 책 내용과 제목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맨스와 더불어 미스터리 스릴러를 함께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4월의 물고기. 결말이 좀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결국 그가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그가 지키고 싶었던 건 그런 식으로 밖에 얻을 수 밖에 없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죽음은 역시 또다른 삶과 이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