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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재워주는 100마리 양
정인섭.전민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난 잠을 잘못자는 편이다. 불면증은 아니지만 잠자는 시간이 불규칙적인데다가 잠귀가 밝은 편이라 작은 소리에도 눈이 떠지곤 한다. 이런 저런 방법을 다 동원해 봐도, 억지로 잠을 청하면 청할수록 오히려 눈이 말똥말똥해지니 이만저만한 괴로움이 아니다.
잠은 보약이라고도 하고, 피부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둥 수면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지만, 그건 내겐 다른 나라 이야기. 베개에 머리만 대면 5분안에 잠든다는 건 내겐 꿈같은 이야기. 피곤하고 눈이 따가워도 불만 끄면 잠이 안와 불을 켜 놓은 채로 몇시간 잠을 자도 피곤은 쉬이 풀리지 않는다. 밤에 잠을 못자면 낮잠이라도 자면 될 것 같지만, 의외로 밤잠과 낮잠은 다른 점이 많아 낮잠은 잠깐의 피로는 풀어줄지언정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지는 못한다.
그러던 차에 내 눈에 띈 한 권의 책.
표지부터 귀여운 양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이 책의 제목은 <잠을 재워주는 100마리 양>이다.
일단 구성을 살펴보자면 본 책과 제품 사용 메뉴얼, 그리고 클래식 음악과 애니메이션이 들어가 있는 cd로 구성이 되어 있다.

본문을 보면 글씨는 하나도 없이 그림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첫 페이지에 풀을 뜯고 있는 양이 등장한다. 다음 페이지엔 새로운 양 한마리 추가. 그리고 또 한페이지를 넘겼더니 제일 처음에 나왔던 양이 잠들어 있다?! 먼저 나온 양이 잠들면 또다시 새로운 양이 등장. 이번에 두마리, 그중 한마리는 자고 한마리는 아직 눈이 말똥말똥하다. 궁금한 마음에 다음 페이지를 넘겨 보면 두 마리가 사이좋게 자고 있다. 그런 식으로 양이 한마리씩 늘어가고, 새로운 양이 기존의 양들은 수면 상태로 들어 간다. 이러한 식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어지는데, 계속 보다 보면 슬슬 눈이 감긴다. (이건 진짜!)

새로운 양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어떤 녀석이 새로 등장하는지도 궁금하고 또 먼저 잠든 양들은 페이지를 어느 정도 넘기다 보면 잠든 자세가 바뀌거나 한다. 그러하기에 마치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졸린 눈을 애써 뜨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봤다. 페이지를 넘길 수록 양들의 숫자가 점점 증가하기 때문에 잘 살펴야 한다. 게다가 하얀 양들만 등장하는 게 아니라 빨간양, 검은양, 노란양, 파란양 등 색상도 다양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한는 양도 있다. 심지어는 낙하산까지 타고 등장한다.

난 처음엔 책만 봤는데, 양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하나씩 잠들어 가는 모습을 보고 책을 덮은 후 자려고 눈을 감으니 양을 셀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양들이 내 눈앞에 동동 떠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석들 털에 코를 묻고 잠들고 싶은 기분이랄까. 그런 기분좋은 느낌이 들었다.

부록인 제품 사용 매뉴얼에는책 활용 방법이라든지, 제품 성분, 주의 사항과 부작용등 재미있는 문구가 있어 또 한번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cd에 수록된 클래식 음악의 제목과 작곡가까지 수록되어 있어 cd쟈켓이 없는 cd를 들을 때의 불편함도 줄여 주었다.

cd에는 총 15곡의 클래식 음악이 수록되어 있는데, 중저음의 소리를 내는 악기를 이용한 잔잔하면서도 템포가 약간 느린 곡들 위주로 선정이 되어 있다. 바흐, 브람스, 베토벤, 슈베르트 등 유명 작곡가들의 곡은 꼭 잠을 자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조용한 음악을 듣고 싶을 때도 딱 좋을 정도이다.

이 장면은 cd에 함께 수록된 애니메이션의 몇 장면을 캡쳐한 것으로 잘 보면 양들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볼 수 있다. 오르골 음악에 맞춰 양들이 나타나 잠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 잠든 걸 깨워서 다시 자는 모습을 보고 싶을 정도이다. 다행히 이것이 애니메이션이므로 무한정 반복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분량은 아쉽게도 3분 정도. 수동(?) 애니메이션이라도 보고 싶으면 본 책을 들고 페이지를 휘리릭 넘기는 수고를?!
이 책은 잠자기 전 잠을 불러 오게 하는 용도로도 좋지만 틀린 그림 찾기 하는 용도로도 더할 나위 없다. 또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부록 cd가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꽉꽉 알찬 선물 세트 같은 <잠을 재워주는 100마리 양>. 너무너무 귀여워서 한 번 손에 잡으면 놓기 싫어질지 모르겠다. 나처럼.
<사진 출처 : 책 + 소책자 + 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