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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인이 있다! ㅣ 세미콜론 코믹스
하기오 모토 지음, 서현아 옮김 / 세미콜론 / 2010년 2월
평점 :
애니메이션 '11인의 우주용사'의 원작 만화인 <11인이 있다!>.
그러나 내 머릿속 기억 저장고를 온통 헤집고 다녀 봐도 아무런 기억이 없다. 혹시 제목을 잊어버린 게 아닌가 싶어 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을 읽었지만 여전히 아무런 기억이 없다. 아무래도 난 못봤던 애니메이션이었던 듯한데, 1991년에 우리나라에서 방송을 했다면 난 ?학생이었으므로 당연히 안봤을 것 같긴 하다. (당시의 내 취향에는 안맞았을지도..)
어쨌거나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뒤로 하고 대신 책을 열심히 봤다. 첫번째는 줄거리 파악 정도로, 두 번째는 그림에 집중을 해서. 사실 이 만화가 그려진 것이 1970년대이므로 작화 방식은 꽤나 옛날 그림체이다. 게다가 우주복같은 것이나 우주 장비는 조금 어설퍼 보이긴 하나 우주선은 꽤나 멋지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 처음엔 옛날식 작화가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금세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 난 12번째 수험생이 되어 이들과 함께 고락을 함께 하게 되었다. (물론 상상속에서)
이 작품집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진다. 첫번째는 우주대학 입학 시험과 관련한 <11인이 있다!>와 그후의 이야기를 담은 <동쪽의 지평선 서쪽의 영원>이 바로 그것이다.
<11인이 있다!>란 제목은 처음 봤을 때, 혹시 우주에도 유령이 출몰?? 이런 엉뚱한 상상을 했지만 곧 그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전(全) 우주 시대, 온갖 성계에서 모여든 수험생들의 각양각색의 모습과 문화. 같은 성계 출신은 있지만, 같은 나라는 없기에 어쩌면 문화적 관습적인 면에서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에 앞서 10명의 수험생이 탑승해야할 우주선에 11명의 수험생이? 과연 11번째 수험생은 어떤 목적으로 이 우주선에 타게 된 것일까.
그후로 서로를 의심하고 반목하지만,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해 가면서 우정을 쌓아간다. 위험한 상황들이 닥쳐 오고, 그들은 살아 남기 위해, 그리고 입학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역시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힘든 일을 함께 겪어나간 동지들이기에 그 믿음은 더욱 굳건하게 된다. 전원 합격이란 통지를 받은 후 11번째 수험생의 정체가 밝혀지고 11번째 수험생의 목적이 밝혀지면서 이 만화는 우리에게 한가지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 상대를 믿는 것은 상대를 의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란 것을...
이 만화의 배경이 된 우주도 그렇겠지만,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구에도 수많은 인종과 나라가 있다. 그 나라들은 서로 우정을 나누기도 반목하기도 한다. 지구란 한정된 공간에서도 수없이 많은 전쟁이 일어나는 지금, 우린 이 만화를 보면서 서로간의 이해와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동쪽의 지평선 서쪽의 영원>은 우주대학 시험 합격후 파일럿 수업을 받은 타다와 프롤이 아리토스카 레의 마야왕 바세스카의 초대로 그의 행성으로 간 후의 이야기이다. 전통과 진보가 서로 반목하고, 급진파는 전쟁을 일으키고자 한다. 거기에 두즈란 행성이 끼어들어 서쪽 땅인 아리토스카 레와 동쪽 행성인 아리토스카 라의 싸움을 부추긴다. 왠지 두즈를 보면서 군수사업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미국이란 나라가 떠올라버렸다. (笑)
전쟁이나 평화냐.
이는 인류 역사를 점철해 온 큰 줄기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전통이냐 진보냐도 인간의 문화사에게 큰 흐름을 이끌어온 것이다. 전쟁보다는 평화가 좋다는 걸 알고 있지만 사람의 욕심은 전쟁을 통해서라도 권력과 부를 창출해 내고 싶어 한다. 또한 전통을 고수하는 자는 과학기술을 경멸하고 진보를 주장하는 자는 전통의 낡음을 우습게 본다. 하지만 전통과 진보가 조화를 이룰때 더욱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서로 다른 인종,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상대를 믿고 우정을 나누는 일, 그리고 전통과 진보의 조화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비록 이 만화는 1970년대에 그려진 것이지만 현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집어 내고 있다. 어쩌면 이 문제는 인류가 멸종하는 그날까지 지속될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갭을 점차로 줄여나가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