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학의 시 2
고다 요시이에 지음, 송치민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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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읽으면서 이사오가 미워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유키에가 그러한 이사오에게 그렇게 헌신적일 수 있는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허구한 날 밥상을 뒤엎고, 유키에의 돈을 갈취(?)하고 도박으로 돈을 다 날리고, 유키에를 하녀 부리듯 하면서도 가끔 사랑스런 눈빛이나 애틋한 눈빛을 보내는 이사오를 보면 정말이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왜 일은 안하는지도 궁금하기만 하다. 그 궁금증을 싸악 해소시켜주는 것이 바로 2권이다.

2권은 유키에의 과거사를 중심으로 나온다. 1권이 현재 그들의 모습이라면, 2권은 80%이상이 유키에의 탄생부터 시작하는 성장 과정으로 정말이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여웠고 안타깝고 애처로웠다.

태어나자마자 엄마에게 버려지고 아버지 손에서 자라지만, 이 아버지란 작자가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다. 술꾼에 사채빚을 떠안고 있으며 파친코나 경마등을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히 유키에를 제대로 돌볼 수 없을 지경. 유키에는 어려서부터 신문 배달등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조금씩 돈을 벌지만 그돈은 아버지가 중간에서 다 가로채는 등 이루말할 수 없는 횡포를 부린다.

그렇다 보니 친구도 변변히 없는 유키에. 중학교가 되어 겨우 구마모토란 친구가 생겼다. 어쩌면 둘 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살다 보니 죽이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유키에는 어느샌가 자신의 아버지의 본성을 알게 되고, 아버지를 멀리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어찌보면 유키에의 아버지와 이사오가 하는 짓이 거의 닮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키에가 아버지와 살 때는 불행하다 여겼고, 이사오를 만나면서 행복을 느낀다니.... 그것은 거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다 나온다. 물론 이사오와 유키에의 아버지가 어떤 점에서 다른가는 2권 전체를 통해 알 수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역시 뒷편을 봐야 알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사오의 현재 행동이 모두 이해되는 건 아니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결국 중요한 건 유키에의 마음 아니겠는가. 

여전히 딸 이야기를 빙자해 아사히야 사장의 돈을 갈취하는 유키에의 아버지를 보면서 이 사람은 정말 늙어도 늙어도 철이 안드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록 성장 과정은 불우하고 힘들게 살아왔지만 지금은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유키에. 유키에에겐 구마모토란 친구와 남편 이사오가 있었기에 지금의 행복이 갖춰졌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특별하게 살고 싶은가. 선택받은 인생을 누리고 싶은가. 불행히도 선택받은 인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행복이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특별한 인생을 꿈꾸기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좌절하기 보다는 어떤 인생이라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것, 바로 그러한 것에서 행복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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