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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숲의 아카리 1
이소야 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타이틀의 서점 숲이란 단어와 책 표지의 파스텔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상쾌해 진다. 왠지 책을 펼치는 순간 책의 향기가 폴폴 피어오를듯 하다.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두둥실 떠간다.
만화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아직 서점을 소재로 그려진 만화는 본 기억이 없는 듯 하다. 서점 숲의 아카리는 대형 서점과 그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구성이 좀 독특하다. 총 5편의 연작 단편이라 생각하면 될까? 책제목을 소제목으로 하고 있는데다가, 서점에서 일어나는 일과 각 등장 인물을 결합시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마더구스」는 오카자키 지점에서 도쿄의 본점으로 상경하게 된 주인공 아카리의 적응기와 더불어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쿄에서의 생활로 인한 향수병을 다룬다. 소제목이기도 한 마더구스는 아카리와 어머니사이의 추억이 담긴 책이기도 하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만화책 페어와 더불어 모리시타 키코라는 서점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로 모리시타의 짝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코믹 페어란 것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그러나 역시 대박은 모리시타 키코가 그린 부점장 X 미도리 커플링의 BL물이 아니었는지! (개인적으로!!)
「로빈슨 크루소」는 서점의 점장과 점원 시오리 사이의 애틋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시오리가 점장에게 했던 '로빈슨의 앵무새처럼'이란 말이 뭉클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아마도 그건 시오리가 나중에 정리해야 할 감정의 문제였기에... 또한 이 로빈슨 크루소 편에서는 면진(面陳)이라는 서점의 이벤트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이 용어와 더불어 이게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처음 알게 되어 무척 흥미로웠다.「영결(永訣)의 아침」은 아카리가 마음을 두고 있는 부점장 모리조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서 은근슬쩍 아카리가 부점장에게 고백을!? 하지만 아카리가 처음으로 본점에서 큰 실수를 저질러 버리는 에피소드도 있다.
마지막 에피소드인「데이비드 코퍼필드」는 이 책에서 유일한 까칠남 왕자님 캐릭터인 미도리의 사연이다. 매일 내뱉는 건 독설에 자신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에게도 이런저런 사연이 있었던 것. 왠지 아카리와 미도리 사이에도 두근두근한 감정이 시작될 것만 같은 예감?
이렇듯 소제목을 모두 현재 존재하는 책제목을 사용하여 각각의 캐릭터들이 가진 숨겨진 이야기와 서점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을 결부시켜 근사한 이야기가 태어났다. 나도 예전엔 서점에서 근무를 하고 싶었던 적이 있는데, 다른 일을 하게 되서 그 꿈은 일찌감치 접었지만, 지금도 서점의 서가를 서성이며 이런 책 저런 책을 살펴보던 일들이 무척이나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현재는 지방에서 살고 있는지라 근처에 큰 서점도 없고, 있던 서점도 다 축소되거나 폐업을 한 상태라 주로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는데, 역시 책을 직접 보고 고르는 그런 아련하고 그리운 맛은 없지만 간편하게 주문하고 집에서 받아보는,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서점에 없는 책을 쉽게 구할수 있다는 점이 최고라 생각한다.
난 책을 좋아하고, 책을 사고, 책을 읽지만 서점이란 곳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서점 숲의 아카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서점이란 곳의 모습을 알게 되서 무척이나 행복한 기분이 든다. 또한 서점 직원들의 노고를 새삼 깨닫게 되기도 했다.
책의 향기가 솔솔 풍겨 나오는 그곳.
서점 숲에선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대된다.
더불어 아카리의 사랑과 일에도 늘 행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