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의 비극 - Mystery Best 1
엘러리 퀸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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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의 Y의 비극을 처음으로 읽었던 건 초등학교때였다. X, Y, Z로 시작하는 드루리 레인 시리즈를 세 권 다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당시엔 문고본처럼 작은 책으로 2권으로 분권되어 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워낙 오래전에 읽은 지라 요번에 읽었을 때는 처음으로 읽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사실 당시에는 초등학생이 이해하긴 좀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지만...(笑) 그래서 애거서 크리스티보다는 좀 재미가 없다, 이렇게 느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새로 읽으니 너무나도 근사한 추리소설이었다. 세계 3대 추리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이유를 알았다고나 할까.

Y의 비극은 해터家를 배경으로 해터家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비극적인 사건을 그리고 있다. 은퇴한 연극 배우 드루리 레인이 사건 해결을 하는데, 드루리 레인 역시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처럼 확증을 잡기 전까지는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경향이 보여 둘을 비교하면서 혼자 미소 짓기도 했다.

해터家의 가장 요크 해터의 변사체가 바다에서 발견된 이후, 해터家에서는 독살 미수 사건을 비롯해 살인 사건, 방화 등 기묘한 사건이 자꾸만 발생한다. 첫번째로 노려진 건 장녀 루이자로 그녀를 노리는 독살 미수 사건. 그후 해터家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해터 부인이 밤중에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사건의 목격자는 함께 방을 쓰던 루이자. 그러나 그녀는 시각, 청각 장애인이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루이자는 그러나 후각과 촉각을 통한 증언을 한다. 

시각 장애인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은 꽤 있으나 청각, 시각을 모두 상실한 장애인이 등장하는 건 처음으로 보는 설정인 것 같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게다가 해터家 사람들의 기행이랄까, 도무지 제정신으로 보이는 등장 인물이 없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여기에선 해터家의 핏줄에 즉, 유전적인 문제를 언급한다. 해터 부인의 몸속에 흐르는 나쁜 피가 그대로 자손들에게 물려지면서 기묘한 가족을 낳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선 해터 부인의 병이 매독이라고 나온다. 실제로 매독이 진행되면 뇌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멀쩡한 사람도 살인자로 만들수 있다는 이야기는 미드에서 본 적이 있다. 물론 여기에선 매독때문에 정신이 나가 범행을 저지른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악한 핏줄이 따로 있다고 믿는 건 아니지만, 주위 환경, 즉 가정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는 점은 인정한다. 해터家는 해터 부인의 병으로 인해 가족들이 영향을 받긴 했지만, 해터家 자체의 분위기도 가족들의 기행에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 범인의 윤곽은 드러나나, 설마하는 마음이 앞섰다. 내가 생각한 사람이 범인으로 드러났을 땐 순간 내가 범인을 맞췄나 하는 우쭐한 마음이 들었지만, 오래전에 읽었던 것이 기억이 난 것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쓴웃음을...

어쨌거나 범인의 정체는 굉장히 충격적이며, 그 범행 동기도 무척이나 독특하다. 과연 이 사건, 이 비극에서의 범인은 과연 '그' 하나만으로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일까. 이 모든 책임은 해터家 사람들 모두에게 있었던 건 아닐까. 그리고 이 비극의 발단은 벌써 오래전에 씨앗을 뿌리고 발아할 준비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다만, 좀 아쉬웠던 건 루이자를 노린 마지막 독살 사건에서 드루리 레인이 극약을 우유로 바꿔놓은 장면이 있는데, 우유는 하루만에도 부패하는데, 그것을 2주일이나 놔두었다는 건 좀 앞뒤가 맞지 않나 싶다. 틀림없이 2주가 지난 우유는 부패할대로 부패했을텐데... 그리고 오자가 좀 눈에 띄었다. 교정에도 좀더 신경을 써줬으면 무척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1930년대에 나온 추리 소설의 고전, Y의 비극. 
지금의 추리 소설에 비해서도 트릭이나 범행 방식, 동기면에서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명작이라 생각한다. 그러하기에 지금도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 속에 100년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히 읽히는 책에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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