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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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은 늘 흥미롭다. 무려 반세기나 전에 씌어진 추리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설정이라든지 트릭, 범인의 동기등은 현재 속속 출간되는 추리 소설의 설정에도 전혀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근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시대적 상황이나 그 시대의 인습등도 함께 볼 수 있어 무척이나 재미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은 귀수촌.
귀수촌(鬼首村)이라. 이름부터 무척이나 섬뜩한 느낌을 준다.
내가 읽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전작 중에도 옥문도나 팔묘촌 같은 경우에도 일단 지명부터 강한 포스를 내뿜었는데, 악마의 공놀이 노래 역시 마찬가지이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의 화자는 이소카와 경부로 주인공인 긴다이치 코스케와 함께 여러 사건을 해결했던 인물이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소카와 경부가 화자가 된 것은 이게 처음인 듯 하다. 어쨌거나 귀수촌에 휴양차 내려간 긴다이치 코스케가 맞딱드린 사건. 그것은 이십여년전 일어난 수수께끼 같은 사건과 맞닿아 있었다.

수십년전의 사건으로 인해 그 후대가 희생되는 건 옥문도나 팔묘촌의 설정과 비슷하다. 또한 고립된 지역이란 특성, 마을의 중심이 되는 두 일가의 대립이란 것도 그 두 작품과 비슷하며, 특히 공놀이 노래라는 구전 노래(혹은 마더 구즈)가 쓰인다는 설정은 옥문도와도 비슷한 면이 분명 있다. 물론 같은 작가의 작품이고 워낙 많은 작품을 쓴 작가이다 보니 어느 정도 겹치는 설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읽어 보면 역시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은 우리를 뜨악하게 만드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발언. 이미 범인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란 것. 물론 심증뿐이니 그걸 끝에서야 밝히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긴다이치 코스케가 귀뜸만 해줬으면 더이상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이미 운명의 바퀴는 이십여년전에 돌아 가기 시작했고, 그것은 종말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으니 사람이 중간에 개입해도 별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 부분은 범인과 긴다이치 코스케가 간발의 차이로 어긋나게 되는 점에서 분명히 알 수 있다. 게다가 공놀이 노래를 듣게 된 것이 사건이 어느 정도 발생한 후란 걸 생각해 보면 긴다이치 코스케가 아무리 명탐정이라도 그 사건이 일어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역시 탐정은 사건을 막는 역할이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에서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笑)

이건 여담인데,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나 소년탐정 김전일을 보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사건의 범인은 동정의 여지가 많은 인물이 다수를 차지한다. 요즘 추리 소설과는 다른 부분이 바로 이러한 부분인데, 요즘의 악랄한 범인과는 달리 슬픈 사연을 가진 범인이 다수 등장하는 것이 좀 특이할 만한 점이다. 물론 죄를 지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십여년전에 발생한 한 남자의 수수께끼같은 죽음과 그 남자에 얽힌 비밀, 그리고 윗세대의 잘못으로 고통받아야 했던 후세들. 인과(因果)로 인한 댓가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큰 댓가이지만, 그러한 면이 또한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의 흥미로운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반세기 전에 씌어진 작품인데다가 범인의 트릭도 요즘처럼 세련되지 못해 고리타분하다거나 낡았다는 표현을 듣게 되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은 내게 있어서는 늘 새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들로 보인다. 물론 개인적 취향일 수도 있겠으나, 악랄한 범인이나 사이코패스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요즘 추리 소설에서는 느낄수 없는 멋이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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