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수록 중독되는 만화

시오리와 시미코의 살육시집 ㅣ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1년 7월

역시나 허를 찌르는 호러물.
책 뒷페이지에 씌어 있는 것처럼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만화는 읽으면 읽을 수록 중독되는 게 확실한 것 같다.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제 3편 살육시집은 일단 제목 자체로도 호러 만화란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일단 이 책에는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첫 단편인 마서(魔書) 앗카바카는 제목은 좀 웃기지만 그래도 마서란 단어가 들어가 있어 드디어 본격 호러를 시작하는구나 싶은 마음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나중에 그 마서의 정체를 알고는 뒤집어지게 웃었다. 게다가 줄줄이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독특하기 짝이 없다.

쿠비야마의 괴병원은 말 그대로 병원 괴담을 옮겨 놓은 듯 하다. 병원이란게 사실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보니 괴담의 소재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 단편이 그렇다. 입원 환자의 수수께끼같은 죽음과 그 비밀에 관한 이야기, 또한 그 병원의 용도는 무엇이었나 등이 나오는 전형적인 병원 괴담같지만, 시오리의 용감무쌍한 행동에 포폭절도! 특히 유령이고 뭐고 다 쓰러뜨리는 괴력의 소녀랄까, 간 큰 소녀랄까. 하여간 시오리는 예쁘장한 얼굴인데도 무척 독특한 소녀란 것이 이번에도 여실히 입증되었다.

살육시집과 키토라의 스토커에 나오는 키토라와 애완동물의 산책과 제노 부인에 등장하는 제노 부인은 다른 시리즈에도 등장하는 인물인데, 역시 이노아타마초에 사는 사람들은 범인(凡人)은 아닌 듯 하다.

긴 복도와 쿠비야마 성 요희록은 연작 단편으로 나가 공주란 여성이 등장한다. 물론 요괴인데, 쿠바야마 성 요희록의 경우 시리즈 2편에 실렸던 쿠비야마의 귀신문의 후편이라고 보면 된다. 일본의 역사와 요괴 이야기를 적절히 이용해 만들어진 이 작품은 드디어 정통 호러가 등장하는 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물론 단 이찌 선생이나 시오리나 시미코가 등장하면 조금 호러스럽게 되지는 않는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호러에 꽤 가깝고, 특히 일본의 역사와 문화가 깊게 연관된 작품이라 무척이나 흥미롭다.

슬금슬금 무서움을 느끼게 되는 순간 갑자기 빵 ~~ 터지는 웃음.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만화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난 아무래도 모로호시 다이지로에 중독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