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동물의 테이블 매너
쿠사마 사카에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쿠사마 사카에의 그림은 여전히 익숙치 않다. 왠지 BL물 보다는 남자를 대상으로 한 만화에 더 적합한 그림체랄까, 그런 느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씩 그 그림에도 익숙해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두 권째이지만 스토리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비록 눈으로 보기엔 등장 인물들에게선 섹시함이 느껴지진 않지만, 워낙 내용이 마음에 들다 보니 이런 등장 인물도 꽤나 근사하게 보인다.

키스 시럽과 육식동물의 테이블 매너는 연작으로 쌍둥이 형 료지와 동생 사토시의 이야기이다. 왠지 쌍둥이라고 하면 이상한 망상을 먼저 하게 된다. 똑같이 생긴 두 사람이란 것. 왠지 매력있다.
그러나 겉모습은 똑같아 보여도 속은 천지차이. 또한 이러한 게 쌍둥이의 매력이 아닐까?

형인 료지는 뭐랄까, 초식남같은 이미지이고, 동생인 사토시는 육식남같은 이미지랄까. 료지는 귀엽고 순수한 면이 매력있고, 사토시는 저돌적이고 강하며, 은근히 짓궂기도 하다. 형인 료지를 안고 싶다는 위험한 욕망을 가진 남자. 그러나 형은 아랫층 사람인 키시다와 어느새인가 연인 관계가 되었다.
동생 사토시는 세미나 후배인 안도와 자신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는데... 결국 연인 관계로 발전할 듯 하다. 하지만 은근히 S타입인 사토시에게 안도는 좀 시달리게 될 듯?!

우리만의 비밀은 무척 즐거웠다. 같은 회사 동료인 미타와 오오코우치. 오오코우치는 진성 게이로 미타를 몰래 좋아하고 있다. 오오코우치가 보기엔 미타 역시 여성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자신과 같은 게이가 아닌가 생각하지만.....
알고 보니 고양이귀 오타쿠였다!?

멀끔하게 잘 생긴 얼굴이지만, 타인의 손길을 강하게 거부하는 미타. 오오코우치는 고백도 해보기 전에 미타는 자신과 다른 타입이란 걸 알게 된다. 솔직히 말해 스스로가 게이라고 당당하게 밝힐 수 없는 입장의 사람이라면 자신과 같은 성향의 사람을 만났을 때(혹은 만났다는 느낌이 들 때), 게다가 그 사람이 자신의 취향과 맞아 떨어진다면 그 사람에게 반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아니란 걸 알면 실망은 더 큰 법. 하지만, 의외로 조금씩 오오코우치에게 마음을 여는 미타를 보면서 내가 두 사람을 이어준 양 흐뭇한 생각이.. (笑) 역시 커플이 잘 이루어지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건 당연한가 보다.

오오코우치와 마찬가지로 나도 미타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음.. 그런 이유가 있었군.. 특히 미타의 누나가 미타를 미타쿠로 부른다는 걸 알았을땐 나도 크게 웃었다는.. 미타쿠라... 정말이지 별명을 잘 지은듯...

봄의 손끝은 소꿉친구 이야기인데, 난 소꿉친구 설정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나에겐 소꿉친구라고는 없기 때문이다. 소꿉친구이기에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하는 마코토는 늘 자신의 주위에 있는 타츠야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오랜 기간 동안의 친구인만큼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는 건 친구 관계마저도 잃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에 마코토는 계속 망설였지만 결국 그마저도 너무 힘들어서 고백을 하고 만다. 왠지 이런 기분 알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 책을 읽을 때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영원히 헤어질 것인가, 아무일 없이 늘 곁에 있을 것인가. 아마도 이런 건 영원한 딜레마이겠지....

그림체는 비록 투박하고 직선적이지만 등장 인물의 설정이나 캐릭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뿐 만이 아니라 스토리도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특히 이 책의 경우 제목도 눈길을 끄는데 한몫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목록에 슬슬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가 쿠사마 사카에. 다음번엔 어떤 작품을 읽을까 무척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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