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토끼 세트 (자살토끼 + 돌아온 자살토끼)
앤디 라일리 지음 / 거름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그 동안 토끼라면 우리 안에서 입을 오물거리면서 풀을 먹는 모습의 털 보송보송한 모습의 귀여운 토끼라거나, 달에 있는 계수나무 밑에서 덩더쿵 떡방아를 찧는 달토끼, 그리고 머리에 뚫어뻥을 부착한채 부루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엽기 토끼만을 보아 왔던 내게 자살 토끼란 건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자살 토끼란 제목은 여러번 들어 봤으나, 왠지 자살이란 뉘앙스가 마음에 걸려 계속 구입을 미루다가 요번에 두 권 세트가 나와 구입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토끼의 자살 장면을 담은 달력까지...(苦笑)

일단 글씨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들고, 그림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내용인데다가, 장수가 적은 편이라 금방 두 권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한장 한장 넘길수록 점점 더해지는 충격. 사실, 토끼라고 하면 온순한 동물의 최고봉으로 치는데, 그런 토끼가 죽는 모습을 보고서 즐겁다고 여길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토끼가 자살하는 갖가지 방법을 보면서 기발함과 참신함을 느끼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계속 죽어 나자빠지는 토끼를 보고 있자니 나중에 속이 울렁거렸다. 사실 그림상으로 보기엔 그다지 잔인한 것 같지 않아도, 이상하게 머릿속에는 실체화되어서 나타나는 묘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난 천성이 다크한 편이라 생각하지만 스스로 죽겠다는 결심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나라고 힘든 일없이 살아온 평탄한 인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목숨을 내던질 정도로 힘든 것은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나의 가장 큰 소원은 평범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행복하게 죽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토끼의 이런저런 자살 장면이 내 눈에 곱게 비칠리가 없다.

혹자는 이 책을 보고 유쾌하게 웃었다고 하지만, 난 아무래도 이 책이 가진 코드와는 성향이 맞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말만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보면 절대 자살하고 싶다는 충동은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라고.

사람의 명줄은 질긴 듯 해도 의외로 쉽게 끊어져 버리기도 한다. 기껏해야 100년 남짓 살아갈 동안 힘든 일 한두번 겪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죽음을 선택할 용기가 있다면 살 수있다. 죽음을 가볍게 보지 말고, 열심히 살아란 것, 바로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본질이 아닌가 한다.

우리 선조가 남기신 말씀중에 기가 막히게 이 책과 어울리는 말이 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난 그렇게 오늘도 열심히 살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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