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리와 시미코의 파란말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그 두번째 이야기.

원래 난 장르가 뒤범벅이 된 걸 아주 싫어한다. 음식도 마찬가지로 요즘 퓨전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보다는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린 음식을 좋아한다. 책도 마찬가지로 호러면 호러, 코미디면 코미디, 미스터리면 미스터리... 등등 이런 식으로 고유한 느낌을 가진 것을 좋아하지만,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은 한 수 접게 되었다.

물론 이 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의 당혹감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틀림없이 호러라고 생각했는데, 엉뚱한데서 웃겨 주는 유머코드가 들어 있다니.. 하지만 그러한 것도 작가의 재능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걸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책을 읽으면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2편 역시 시오리와 시미코 두 여고생 콤비의 다양한 활약을 볼 수 있다. 요번엔 특히 날씨와 관련된 단편이 눈에 띄었는데, 짙은 안개가 낀 날과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의 두 가지이다. 짙은 안개는 사람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세상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무래도 그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려진 만화같았다. 그러나 그것까지는 아주 좋았는데, 갑자기 이상한 것들이 튀어나오고, 고블린까지!? 게다가 그것을 처치하는 건 파란 유니콘... ㅋㅋㅋ 이야기가 판타지로 또 튀었다.
눈이 많이 쌓인 날은 눈속의 길을 통해 요괴들이 동창회를 하는 날이란다. 이런 식으로 무척이나 무서울 것만 같은 설정을 재미있게 바꾸어 놓고 있다.

하지만 제일 처음으로 수록된 책 읽는 유령은 호러에 무척이나 가깝다. 그런데, 그 유령이 읽고 있는 책이란? 유령이 사람에 씌이는 빙의를 소재로 완전판이 전해지지 않는 수상한 요리책에 얽힌 이야기까지, 무척이나 즐겁게 읽었는데, 여기엔 시오리보다 더 엉뚱한 등장인물까지 가세한다. 도모코라는 학생인데, 이 여학생은 다른 단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한다. 물론 무섭게 웃긴다.. 아니, 웃기면서도 무섭다..랄까.

그뿐만이 아니라 황혼녘만 되면 나타나는 유모차를 끄는 엄마 유령이야기라든지, 흔적이나 발자국은 남기지만 아무도 그 정체를 알지 못하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페허가 된 신사에 있는 도리이에 얽힌 무서운 사연, 놀이공원의 미로에서 정말로 미아가 되어 버리는 이야기 등등 다양한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고 있다.

그러나 잠깐씩 등장하는 쿠트르와 단 이찌 선생 일가에 의해 으스스함은 갑자기 웃음으로 바뀌어 버린다. 특히 쿠트르의 능력은 어디까지인지.. 그 가족의 비밀은 얼마나 큰지....

지극히 평범해질 것 같은 이야기가 모로호시 다이지로를 만나 그 재미를 더했다. 솔직히 말해 취향에 맞지 않으면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지도 모르겠으나, 취향에만 맞는다면 읽을때마다 색다른 재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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