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로 1~4 세트 - 테츠카 오사무 시리즈
테츠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몇 년전 TV 케이블 방송에서 도로로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요괴를 없애고 자신의 몸의 일부를 되찾는다는 이야기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어린 시절 헤어진 동생과 대결을 벌이다 동생을 죽이게 된 햐키마루의 얼굴이었다. 그 외에는 딱히 기억날 것도 없고, 별로 재미가 없었다란 생각을 했는데, 그때까지는 사실 영화 도로로가 테즈카 오사무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몰랐다.

얼마전 테즈카 오사무의 MW를 읽으면서 다시 테즈카 오사무의 만화에 관심이 가게 되었고, 도로로가 테즈카 오사무의 만화란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는 별로였지만, 책에는 무척이나 관심이 갔기에 읽어 보았는데, 역시 원작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도로로는 판타지 만화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사람답다는 것이 무엇인가란 문제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선악이란 게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잘 보여주는 만화라 생각한다. 천하를 손에 넣기 위해 마물에게 태어날 자식의 몸 48군데를 헌상한 햐키마루의 아버지는 인간의 권력에 대한 욕심이 얼마나 일그러진 형태로 나타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그렇게 아들을 산제물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심의 가책은 전혀 없다. 오히려, 태어난 아이를 괴물취급하고 버리기까지 한다.

이 아이가 우연히 의원의 손에서 길러지게 되어 햐키마루란 이름을 갖게 된다. 도저히 인간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던 이 아이에게 인공적으로 인체 부위를 만들어 주고, 인간으로서 성장하게끔 만든 의원의 손에서 햐키마루는 사람 대접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마물에게 자신의 몸을 빼앗겼던 햐키마루에게 요괴들이 들러 붙으면서 햐키마루의 머나먼 여정이 시작된다. 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찾기 위한 여정이.

도로로는 도적의 아이로 부모는 이미 사망했다. 어린 아이 몸으로 험난한 전국시대에 살아 남기 힘들겠지만 도둑질로 근근히 연명하면서 살아가지만, 언제나 꿋꿋하다. 햐키마루와 우연히 만나 그 길에 동행하게 된 도로로는 햐키마루와 함께 온갖 요괴들과 온갖 종류의 사람을 다 만나게 된다.

요괴와 인간이 함께 등장하지만, 난 오히려 요괴보다 인간이 더 무서웠다. 자신의 욕심과 욕망을 위해서라면 마물에게 자신의 아이를 팔아 넘기는 비정한 아버지, 돈과 권력에 정신이 팔려 자신의 두목을 배신하는 남자, 햐키마루에게 도움을 받게 되지만 햐키마루를 괴물취급하고 쫓아내는 마을 사람들...

인간은 왜 이렇게 일그러진 모습으로 살아갈까. 이 네 권의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그러한 것이었다. 결국 자신의 과업으로 형제간에 칼을 겨누게 만든 아버지는 오히려 햐키마루를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범으로 몰고 간다. 햐키마루 또한 자신의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누가 인간을 자기 자식만을 귀하게 여기는 존재라 했나... 물론 이런 비정한 부모나 사람들만 나오는 건 아니다. 그에 비해 도로로의 부모는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지는 존재이다. 특히 도로로에게 먹이기 위해 뜨거운 죽을 자신의 손에 받아가는 도로로의 어머니의 모습에선 눈물이 핑 돌았다.

과연 인간답다, 사람답다는 건 무엇일까.
햐키마루는 비록 마물들에게 신체의 일부를 빼앗겨 불완전한 몸이지만 누구보다도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을 위한다. 그러나 눈코입 제자리에 붙을 것 다 붙은 인간들은 오히려 서로 배신하고 죽이고 죽임을 당한다. 과연 겉모습이 멀쩡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사람답다고, 인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동글동글 귀여운 아톰이 생각나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가끔은 오래된 유머를 사용해 썰렁함(?)도 안겨주지만, 그것도 모두 사랑스럽다. 도로로는 요괴 퇴치란 소재를 도입해 판타지로 보이게 했지만,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깊게 질문하고 있다. 비록 이 만화가 인기가 없었다는 이유로 연재가 중단되어 햐키마루의 여정의 끝을 볼 수는 없었고, 마무리가 엉성한 느낌을 주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햐키마루는 과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을까.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제일 소질있는 건 전쟁일지도 모른다. 도로로의 배경이 된 전국시대도 그렇지만 현재도 지구 곳곳에서는 서로를 파괴하기 위한 전쟁이 일어난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점점 더 심해지고, 사람들은 권력을 좇아 서로를 배신하고 죽이기 까지 한다. 도로로에 나온 이야기는 시대를 바꿔 지금도 진행중이다. 인간은 언제쯤 이 과오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과연 그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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