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풍경 - 뉴 루비코믹스 552
후지야마 효우타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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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야마 효우타의 작품을 보면 어쩌면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나 감칠맛 나게 그려낼까..하는 감탄이 든다. 사실 난 학원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후지야마 효우타의 만화라면 제외라고 말하고 싶다. 학원물이라도 너무 마음에 든다. 사실 학원물을 싫어하는 이유는 쬐끄만 것들이 벌써부터 사랑 타령에 H할 생각만으로 머리가 가득하고, 게다가 그걸 현실로 옮기는 것을 보니 한사람의 어른(?)으로 기가 찰 노릇이었다. 물론 10대때에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런 나이인 걸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반한 상대에게 금세 고백하고, 그게 받아들여지면 바로 사랑을 확인하고자 하는 유치함이 싫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후지야마 효우타의 학원물은 풋풋함이 그대로 남아 있어 좋다. 특히 옥상 시리즈는 고교생 두명이 주인공이라 걱정을 좀 했는데, 의외로 아주 소프트하면서도 따스해서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자각하는 계기는 무엇이고, 또 언제 그 사랑을 깨닫게 될까. 그건 모든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왠지 비겁하지만 '어느날 문득'이 가장 적절한 대답이 아닐까. 옥상 시리즈의 안도와 미나구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록 상대가 고백을 해온다고 해서 자신의 마음에 확신이 서는 건 아니다. 가끔 사람들은 지나치게 금방 상대의 대답을 듣고자 해서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 싫어하지는 않아란 대답은 대답을 기대하는 상대에게 적당한 좌절감과 기대감을 함께 주기도 한다. 고백받았다고 해서 나도 네가 좋았어.. 라고 말하는 건 사실 현실에선 자주 경험하기 힘든 일인지라, 어쩌면 안도의 대답이 정답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옆에 있으면 익숙해지고, 그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미묘하게 바뀌어 간다. 하지만 우정인지 연애 감정인지는 선을 긋는건 힘들다. 어른들도 그렇지 않을까. 오히려 어리니까 확신을 갖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여름하늘을 보면서는 그 형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우스케는 아직 그런 무게를 감당하기에 어린 것이다. 물론 어리다고 사랑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어른에게는 어른의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유우스케도 언젠가는 문득 깨달을 날이 오지 않을까. (이미 깨달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 단편인 사랑은 꿈도 꽃도 아니다... 제목에 완전 공감이 간다. 사랑이란 늘 현실이다. 가끔 그걸 까먹고 둥둥 뜬 기분으로 지내다가 뒷통수를 거세게 얻어 맞아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듯. 하지만 어른이라고 해서 사랑에 익숙한 것도 아니고, 꼭 어린 나이라고 해서 사랑에 서투른 것만은 아니다란 생각이 문득.

전체적으로 10대의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렇다보니 그 나이 또래의 어설픈 정열, 그리고 풋풋한 사랑, 어색한 고백등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나도 10대땐 저런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 기억이 안난다. 너무 오래 되어버려서. 하지만, 어쨌든 10대는 순수하다란 것엔 공감을 많이 했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요새 10대들은 순수한 면이 많이 사라지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밝고 따뜻한 분위기와 주인공들의 10대라는 나이가 주는 풋풋함이 잘 살아 있어서 너무너무 즐겁게 읽었다. 역시 후지야마 효우타는 한 번 빠지게 되면 헤어나올 수 없는 그런 작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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