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에 <파도 소리>의 표지를 보고 이건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구나하는 생각은 했었다. 현실에 저런 사람이 있을리가 없지... 란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에 실린 단편의 제목 역시 심상치가 않았고. <파도소리>는 작가의 말에 따르면 오키나와의 요나타마 전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는데, 사실 작가 후기에 그런 언급이 없었더라면 작가의 순수 창작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바다에 인어가 있다는 이야기는 여러가지로 언급되고 있지만 파도와 함께 달려오는 말의 이미지는 그다지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이쿠는 인어와 사람의 혼혈이라는데, 이제껏 접해본 인어 이야기에서 인어면 인어, 사람이면 사람이지 인어와 사람의 혼혈은 처음 본 것 같다. 다카하시 루미코 시리즈의 인어 시리즈를 봐도 인어 고기나 인어의 재, 인어의 피 같은 인어와 관련된 소재를 사용해서 불로불사란 이야기를 했지만, 인어와 사람의 혼혈이라.. 무척이나 독특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쿠가 바닷가에 가까이 가면 파도가 크게 치는 이유나 이쿠가 눈물을 흘리면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안타까우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이었다. <재규어의 정령>은 무척이나 즐겁게 읽었다. 사실 난 재규어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거진 깊은 숲속에 사는 아름다운 생물과 마야 문명을 교묘하게 결합시켜 판타지풍의 작품이 나왔다. 어떻게 보면 토템 신앙과도 결부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결론은 재규어의 정령과 인간의 사랑으로 귀결되었다. <귀신 마누라>와 <새신부 거울>은 연작이다. 앞에 나온 두 편이 판타지풍이였기에 이 단편도 왠지 그런 분위기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귀신이란 단어가 등장해서 등장 인물중 하나가 귀신인줄 알았는데, 다른 의미에서의 귀신이었다고 할까. 작가의 말에 따르면 다이쇼 시대가 배경이라고 하는데, 전혀 다이쇼 시대같지 않았다는... 아무래도 일본은 다이쇼 시대였지만 작품의 배경이 된 것이 미국땅이니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을지도...? <파도 소리>와 <재규어의 정령>은 독특한 소재에 판타지 풍이지만 역시 결말이 좀 아쉽다. 파도 소리의 경우는 분량 자체도 적었기에 더 큰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를 도입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낸 작가의 능력만큼은 인정을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