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의 사랑 - 루비코믹스 423, 단편
후지야마 히요우타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후지야마 효우타의 만화는 <비교적 흔히 있는 남학교 연애 사정> 시리즈를 처음으로 접했는데, 그때는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닌지라 그냥 대충 읽고 넘겨 버렸다. 그러다가 이 책을 골라 들게 되었는데, 실은 이것도 드라마 CD를 먼저 듣게 된 경우다. 벌써 2년전에 듣긴 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BL만화가 나오다 보니 신간을 찾아 읽거나 하면서 읽을 시기를 놓치기도 했다. 어쨌거나 드라마 CD로 접했을때 무척이나 마음에 든 이야기라 원작이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원룸의 사랑에는 두 커플이 나온다.
나츠와 코노는 고교생, 나오미치와 케이는 프리터와 대학생.

솔직히 고교생들이 나오는 건 별로지만, 나츠와 코노 커플은 전혀 어리단 느낌이 안들었다. 우연히 장난처럼 시작하게 된 관계. 코노는 그 관계에서 자꾸만 상처를 받게 된다. 사실 시작이 장난같으면 나중에 되돌리기가 좀 힘들어 진다. 왜냐면 본인이 진심이 되었을때,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난 진심이 되었는데, 상대는 여전히 불장난처럼 여기고 있다면? 고백하는 순간 모든 것은 끝나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그러한 가벼운 관계를 유지하는 건 더욱 큰 문제이다. 코노는 바로 이러한 것을 고민하고 있었다. 코노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사랑없는 특별한 친구보다는 어설픈 기대를 갖지 않아도 되는 보통의 친구가 더 낫다는 것.  

게다가 코노의 경우 이전 학교에서의 문제로 더이상 상처받기를 원하지 않았다. 물론 사람으로 인한 그리고 사랑으로 인한 상처를 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그것이 되풀이되기를 원하는 사람도 당연히 없다. 하지만 과거에 매달려서는 더이상 발전이 없다. 그걸 깨닫고 정리하는데에 시간이 좀 걸릴뿐.

나오미치와 케이는 소꿉친구이자 현재는 동거중. 그렇다고 묘한 의미의 동거는 아니다. 그러나 케이의 고백으로 그러한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솔직히 말해 친구가 좋아한다는 고백을 해온다면 당연히 깜짝 놀라게 된다. 그것이 우정 이상의 의미라면..

나오미치가 고민을 상담하는 상대로 코노를 골랐을 때, 코노가 했던 말이 유난히 인상에 남는다. 상대는 진심으로 고백했으니, 어떤 대답이든 확실하게 해줄 것.
그렇다. 고백이란 건 쉽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성간에도 고백한다는 건 힘든 일인데, 소꿉친구이자 동성의 친구가 고백을 한다는 건 정말 엄청나게 용기를 낸 것이리라.

하지만 고백을 하는 사람이든 그 고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든 똑같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건 사실인 것 같다. 고백이란 행위 이후에는 좋든 나쁘든 이전과는 다른 관계가 되어 버릴테니까.

두 커플 사이의 감정의 변화, 그리고 상대에게 사랑을 느끼고 익숙해져 가는 과정이 과장없이 표현되어 읽는 내내 무척이나 공감이 갔다. 비록 이 만화는 동성간의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동성애든 이성애든 어차피 사랑이 가지는 본질적인 의미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유쾌하면서도 따뜻하며 적절하게 웃음 코드도 들어가 있어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게다가 무척이나 공감가는 대사가 많이 나와서 고개를 끄떡거리면서 읽기도 했던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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