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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관중 (상) - 뉴 루비코믹스 871
루이스 마키 글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말해서 난 스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를뿐더러, 좋아하지도 않는다. 엄청난 거구의 두 사람이 좁은 씨름판 위에서 서로를 밀어내기하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저런 게 스포츠인가 싶기도 하다. 게다가 훈도시. 어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민망스러운 훈도시 차림은 스모 선수들의 거구에 비해 너무 빈약해 보이기까지 하다.
솔직히 말해 훈도시란게 빈말로도 보기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물론 전에 다른 만화에서 훈도시 차림의 엉덩이도 참 예쁘게 그렸구나 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지만, 실제로는 죽어도 그런 말을 입밖에 내지는 못할 것 같다.
여튼간에, 스모란 소재를 BL에 사용했다는 건 대단히 독특한 점이라 생각한다. 처음엔 스모를 소재로 했다기에 거구의 스모선수들의 사랑인줄 알았지만, 스모 시합의 호출 담당과 후견인인 타니마치의 풋풋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그들이다.
이 만화를 보면서 스모에 쓰이는 용어라든지, 스모와 관련된 이야기를 접하게 되서 조금이나마 스모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경기 방법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언급이 없어 규칙은 여전히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일본인에게 사랑받아 온 스모는 그 자체 용어만 해도 엄청 많았다. 하지만 주가 잘 달려 있어, 이해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호출 담당으로서의 각오와 포부, 그리고 결국 은퇴할때까지 타테를 호출할 수 없는 입장의 호마레와 대기업의 방탕한 아들이자 스모 경기 후견인(타니마치)인 카지노스케의 서투르고 풋풋한 사랑은 읽는 내내 무척이나 즐거웠다.
어떤 작품은 소재는 그럴듯 한 걸 가져오지만, 그것이 양념 역할 밖에는 하지 못하는 만화도 있는데, 만원관중은 스모라는 독특한 소재를 끌어 와 그것을 양념 이상의 것으로 충분히 사용하고 있다. 스모 경기나 스모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이야기, 스모 선수 이외 호출 담당 등 그 관계자들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까지 스모에 관련한 풍성한 이야기와 두 젊은이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잘 조화시켜 내고 있다.
아직 상권밖에 출시되지 않아 뒷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막간에 잠깐 등장한 리투아니아 출신의 스모 선수와 테츠의 이야기도 너무나 기대된다. 아직은 조금스럽고 서투른 두 사람, 호마레와 카지노스케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만원관중을 읽은 후 스모란 것에 대해 관심이 조금 생겨난 듯 하다. 나중에 티비에서 스모 경기가 나오면 잘 봐둬야겠단 생각도 든다. 물론 내 눈은 스모 선수보다는 호출 담당을 신경써서 볼 듯 하지만 말이다. 그땐 어쩌면 나도 핫케요이, 노콧타를 함께 외칠지도 모르겠다. (笑)
BL물이란 장르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스모 이야기도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따라 이렇게 멋진 이야기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권이 얼른 나와줬으면 하는데, 도대체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