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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님의 혼례 - 러쉬노벨 로맨스 113
이즈미 카츠라 지음, 사사 나루미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난 시대물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근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도 멋지지만 역시 일본의 시대물이라고 하면 헤이안 시대가 최고다. 겐지모노가타리도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그 시대의 아름다운 기모노에 푹 빠져 들었던 기억이 안다. 아씨님의 혼례도 바로 그와 같은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솔직히 표지만을 보면 아씨가 정말 아씨처럼 보인다. 너무 여성스럽게 그려졌다고나 할까. 하지만 실제로는 15살의 소년으로 어떤 사정에 의해 아씨로 키워졌다. 그런 아씨 사기리에게 진퇴양난의 고민거리가 생겼다.
하나는 황제가 후궁으로 맞으려 한다는 사실이고, 하나는 아버지의 정적이자 당대의 히카루 겐지라 불리는 미나모토노 사네치카가 사기리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황제의 후궁으로 들어가게 되면 자신이 남자란 것이 밝혀질테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일족은 큰 화를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던 차에 사네치카가 사기리를 만나러 오게 되고, 사네치카 앞에서 사기리의 비밀이 밝혀진다.
사실 여장 남자는 꽤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완벽한(?) 여장 남자는 처음 본다. 시대를 헤이안 시대로 잡았을 때, 사기리의 발육 상태가 여느 소년보다 좀 떨어지는 정도라면 변성기도 지나지 않았을 테고, 또한 겹겹이 입은 기모노에 의해 몸매는 자연히 감추어 졌으리란 생각이 든다. 게다가 사춘기가 지나지 않았으면 수염도 나지 않았을테니.... 뭐, 예쁜 얼굴에 호리호리한 몸매면 여장을 해도 누구도 소년이라 알아채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사기리는 15살, 사네치카는 25살.
사네치카는 상처를 한 몸. 게다가 황족이었으나 성을 받고 신하의 신분이 되었다. 게다가 바람둥이. 솔직히 말해 사네치카의 설정은 겐지 모노가타리에서 따왔다고 해도 전혀 과장스럽지 않다. 히카루 겐지 역시 황족이었으나 겐지란 성을 받고 신하의 신분이 된데다가, 천하의 바람둥이로 이름을 날렸기 때문이다.
뭐, 어찌되었든간에 사네치카는 사기리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고, 비록 좌대신의 정적인 입장이나 사기리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여러가지로 신경을 많이 써준다. 게다가 스스로 남자이고 싶어하는 사기리를 위해 그러한 것을 허락한다.
두 사람 사이는 약간의 오해가 생겨나기도 하지만 알콩달콩 달달한 분위기가 주욱 이어진다. 특히 사기리가 원하는 삶을 살도록 허락한 사네치카의 배려와 마음 씀씀이, 그리고 다정함은 비록 이 이야기가 가상이지만 무척이나 부러웠다. 게다가 사기리 역시 여리여리한 겉모습과는 달리 똑부러지는 맛이 있다. 보통 공수 중 공을 마음에 들어하는 나이지만 사기리의 경우엔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비록 황제에게 반역을 꾀했다는 이유로 도성에서 쫓겨난 사네치카의 혐의가 쉽게 풀린 것은 조금 재미가 없었으나, 그러한 사네치카를 만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의 사기리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왠지 시대물은 현대물보다 더욱더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원서를 봤으면 더욱더 그러할 것이라 생각한다. 드라마 cd를 접했을 때는 때때로 옛날말이 튀어 나와 당황스러우면서도 무척이나 달콤하게 들렸었다. 히카루 겐지의 이야기에 필적하는 헤이안 시대의 로맨스. 누군가 나에게 이 책의 부제를 붙이라고 하면 사기리 모노가타리라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