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나비 - 뉴 루비코믹스 699
쿠즈모토 히로키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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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모토 히로키.
몇 년전에 뱀파이어의 초상이란 만화로 접한 기억이 있는 작가다. 그때도 무척 특이하고 인상적인 느낌이었는데....
하지만, 그걸 기억 못하고, 국경의 나비란 다소 서정적인 제목과 서로의 머리를 살짝 기대고 있는 남자들의 모습이 너무 좋아서 책을 골랐는데, 읽으면서 푹 빠져들었다.

이 만화는 BL이란 장르로 분류되어 있는데 BL이란 인상을 강하게 주는 건 송곳니 한 편이다. 보통 BL물을 보면 남자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 교류나 H씬의 유무에 따라 BL로 보느냐 보지 않느냐로 나뉜다. 이 단편집은 H씬의 유무로 따지자면 딱 한 장면만이 나오고, 세 편을 제외하고는 정말 BL물이 맞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국경의 나비>는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 중 마하일이란 교관이 학교로 부임해 오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전쟁이란 것의 아픔과 슬픔 허무함과 절망 속에서도 피어오르는 한가닥 희망을 보여준다.

미하일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것, 그리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전해주고 싶었던 것. 그것은 평화의 아름다움이었다. 중간에 울컥하면서 눈물이 핑 돌뻔 하기도 했는데, 단편이라 아쉬움이 특히나 많았다.

<점요전>은 판타지물이다. 궁정의 점술사가 궁정에서 쫓겨나 산속에 살면서 요괴로 변했다는 이야기인데, 결말이 무척이나 가슴 아팠다.

<백봉기담>은 역사적 사실과 전설을 혼합하여 만든 판타지물이다. 실제로 헤이안 시대에 존재했던 스도쿠 상황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 단편을 보면서 스도쿠 상황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해지기도 했는데, 실제로 작가 후기에서 참고할만한 책을 소개해 놓고 있다.

현실의 류지와 과거의 스도쿠 상황이 만난다는 판타지적 설정이지만, 권력의 희생자로 유배된 스도쿠 상황의 모습이 무척이나 애달팠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류지가 스도쿠 상황이 지은 시를 떠올리는 모습은 한동안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송곳니>는 뱀파이어 윌과 그를 사랑하는 인간 명의 이야기이다.
무척이나 간결한 작화지이고, 무척이나 짧은 이야기였지만 깊은 인상을 받았다.

<망혼사> 역시 판타지 물인데, 이건 절대적으로 BL물이 아니다. 하지만 사자(死者)를 보호하는 망혼사가 등장해 사자들이 삼도천을 건너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그런 장면이라든지 하는 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전체적으로 BL삘은 크게 없지만, 작품 하나 하나가 무척이나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아련하고 애틋한 슬픔이 느껴지는 작품이 다수였다. BL스러움은 적지만 강렬하고 독특한 작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면 마음에 들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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