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다 - 러쉬노벨 로맨스 172
타카토 루카 지음, 이마 이치코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고 표지도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주저없이 구매했지만, 읽고난 후의 인상은 그다지 남아 있지 않다.

다이쇼 시대 말에서 쇼와 시대 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사랑에 빠지다>는 내가 좋아하는 시대물이지만, 생각보다 내용이 밋밋했다. 시대물이란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시대가 아니라 언제나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아, 아쉽다.

좀 특이한 것이라면 여기에선 화자가 1인칭이란 것일까. 그렇다 보니 주인공 요시히코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는 잘 드러나지만 그 상대인 류지의 심리는 전혀 드러나지 않다 보니, 나중에 류지의 입으로 밝혀지는 류지의 마음이라든지 하는 것이 왠지 공중에 붕 뜬 느낌이었달까.

유복한 은행가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나루미 요시히코. 그는 런던행 호화 여객선에서 맞선을 보고 청혼을 할 생각이다. 상대는 유명 방적회사의 막내딸. 즉, 두 사람은 집안을 위한 맞선을 보게 되는 것이다. (재벌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곳에서 만난 건 요시히코의 대학 동기 이토 류지. 늘 어두운 표정에 아웃사이더같았던 그가 왜 갑자기 이 배에 나타난 것인지 요시히코는 신경이 쓰여 참을 수 없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면서 서술되는데, 대학 시절 요시히코와 류지 사이에 있었던 일이 요시히코의 회상을 통해 밝혀진다. 결국 자신을 위할 것인가, 자신의 집안을 위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지만, 우습게도 자신과 약혼하려 했던 여성에게도 비밀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된다.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당시의 특색이 잘 살아 있지는 않다. 왠지 공중에 붕뜬 느낌이랄까. 게다가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도 납득이 잘 안된다. 뭐랄까, 설명 부족이랄까. 특히 류지가 배에 탄 이유는 그렇다쳐도, 나루미와 류지 사이는 영 찜찜하다. 뭐, 활활 타오르는 감정만이 사랑이 아니라 잔불씨처럼 꺼지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되는 감정도 사랑이라지만, 과연 그것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각오를 하게 만드는 것이었을까. 아무래도 이걸론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

이마 이치코의 표지 그림은 참 마음에 들었는데, 생각외로 본문 그림은 별로였다. 본문 내용과 그림도 잘 안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여간 기대는 많이 했지만, 실제론  많이 밋밋하고 공감이 별로 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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