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 이치코의 뷰티풀 월드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구매할 당시 책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이 구입을 했다. 그래서 BL만화인줄 알았는데, BL을 다루긴 해도 스토리가 있는 만화는 아니었고, 작가의 바탕을 경험으로 한 이야기였다. 생각과는 달라서 처음엔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읽으면서 폭소를 터뜨렸다.

일본 원서의 제목은 모에의 사각인데, 이걸 보고도 웃음이...
일상속에서 BL적 상황을 떠올리며 버닝하는 동인녀들. 바로 그런 순간순간을 잘 잡아낸 것이 이 만화이다.

야오녀, 혹은 부녀자로 불리는 동인녀들. 나도 그 한사람으로 일상적 BL망상을 해 봤다. (아니 거의 매일 하고 있다) 당연히.
물론 드라마나 영화에서 BL로 버닝한 적은 없으나, 요즘 한창 즐기고 있는 일본 웹게임을 하면서도 은근슬쩍 BL적 망상을 하고는 있다. 실제로는 가상의 남자 친구 사귀기 게임인데, 난 나와 그들을 짝지우는 것이 아니라, 남자 친구들을 커플링해 놓고 좋아하고 있다는....

이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경제 프로그램에서 애널리스트가 나오면 웃음이 먼저 터지고, 스포츠 경기에서 공수전환이란 말이 나오면 묘한 상상을 먼저 하게 된다. 아직까지 현실에 있는 사람들을 커플링한 기억은 없지만, 언젠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이 책에는 영화, 드라마, 발레 공연, 책등을 망라한 BL적 망상을 보여 준다. 걔중에는 내가 본 것도 있는지라 무척 공감되기도 했고, 내가 동인녀가 되기 전에 봤던 작품들이 저런 식으로도 보일수가 있구나 하면서 감탄도 했다.

특히 에도가와 란포의 이야기에선 완전 공감. 인간 의자는 물론이고 난 외딴섬 악마도 꼭 넣고 싶다. 물론 외딴섬 악마는 은근슬쩍 그런 코드를 끼워넣긴 했지만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망상을 한껏 자극받았던 기억이 있다.

또한 동인녀 전용 용어들이 등장해 무척이나 즐거웠다. 왠지 오덕스럽지만 또한 그런 게 하나의 재미아니겠는가. (덕분에 몰랐던 용어도 몇 개 알게 되었다) 신주쿠 니쵸메는 다른 BL 만화에도 많이 등장해서 나중엔 한 번 가보고 싶다는...(笑)

다만 아쉬운 건 일본 드라마나 일본 배우들의 이름이 많이 나와서 잘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 패러디물은 원작을 봐야 더 재미있듯이 BL적 망상도 원작을 알아야 더 재미있는 법이니까. 

적절한 망상은 일상의 활력을 준다.
내가 BL이란 첫발을 들여 놓았을 때 이런 즐거운 세계가 있다는 것에 만세라도 부르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밖에 나가서는 나 동인녀요.. 라고 떠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같은 코드의 사람과 만날 때는 무척이나 즐겁다.
뷰티풀 월드.
동인녀들에게 이쪽 세계는 아름답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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