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내게 닿지 않기를 - 뉴 루비코믹스 743
요네다 코우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왠지 제목부터 애틋한 느낌이 드는 <부디 내게 닿지 않기를>은 작년 지인이 드라마 CD를 들어 보라고 권해 접하게 되었다. 무척이나 안타까운 이야기에 콧끝이 찡해지는 기분이었는데, 요번엔 원작 만화를 읽게 되었다.

드라마 CD는 아무래도 성우들의 연기가 있기 때문에 더욱 몰입 정도가 큰 건 사실이지만, 역시 그림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받을 수가 없다. 특히 표정같은 건..
그래서 난 드라마 CD가 마음에 들면 책을 꼭 구입해서 읽는 편이다. 요번엔 좀 늦긴 했지만..

남자가 남자를 사랑한다는 건, 일단 사회적인 편견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고대 시대엔 동성애가 허용되기도 했지만, 현대 사회는 여전히 동성애자에 대한 시각은 엄하다. 요즘은 그래도 커밍 아웃하는 사람들도 늘고, 동성애에 대한 묵인이랄까, 허용하는 시각도 늘긴 했지만 다수는 여전히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동성을 사랑하게 되는 사람은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하나는 게이가 되거나, 하나는 호모포비아가 되거나. 즉 자신의 성벽을 인정하든지, 아니면 혐오자가 된다. 시마의 경우 자신의 성벽을 인정했던 경우지만, 시마가 사랑했던 남자는 노말이었다. 그렇다보니, 주위 사람들에게 그 사실이 알려지게 될 것을 두려워 한 남자는 자신이 상처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시마를 부정한다. 부정당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을 마주해야 했던 시마의 마음은 얼마나 갈갈이 찢어졌을까.

그런 모든 것을 꾹 참아내고 속으로만 삭혀온 시마에게 노말인 토가와의 접근이 쌍수들고 환영할 입장이 아니란 건 당연하다.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고, 토가와의 감정 역시 장난일거라 치부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꼭꼭 닫아 걸어 버리는 시마. 예전엔 이런 캐릭터를 보면 답답해서 속이 터질 것 같았지만, 시마의 마음은 다독거려 주고 싶었다.

상처입는 것을 두려워해 움츠러 드는 남자 시마.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이젠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남자 토가와.
어쩌면 상반된 두 사람이기에 서로 가까워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시마는 어찌 보면 겁쟁이일 수도 있겠지만, 사랑때문에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은 누구나 겁쟁이가 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표정이 거의 변함 없고, 늘 독설로만 일관하는 시마가 유들유들하고 따뜻하며 배려깊은 토가와를 만난 건 아마도 인연이 아닐까. 사실 성벽이란 것도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누구를 좋아하게 되는냐에 따라 갈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노말이었던 토가와가 시마를 좋아하게 되듯이.

살짝살짝 웃음 코드도 넣어줬지만, 전반적으로는 굉장히 차분하며 애틋하다. 특히 토가와가 오사카로 떠난 후 책상 서랍에서 토가와의 담배를 발견한 시마가 우는 장면은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던지라 기억에 남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진 후, 만나지 않게 되면 아픔은 서서히 잊혀간다. 사람은 환경에 기가 막히게 잘 적응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하지만, 불쑥 튀어나온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나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담긴 물건을 보면 감정은 겉잡을 수 없이 흔들리게 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감정의 미묘한 변화, 사랑이 이루어져가는 여러 단계들의 모습을 잘 포착해내 깊은 공감을 끌어낸 <부디 내게 닿지 않기를>은 사랑 앞에선 늘 겁쟁이가 될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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