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츠야 츠츠이 공포 컬렉션 박스 세트 1-4권 - 맨홀1~3/리셋
츠츠이 테츠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난 호러란 단어만 들어가면 일단 눈이 간다. 그게 어떤 형식이든 간에.
츠츠이 테츠야의 공포 컬렉션 박스 세트도 일단 공포란 단어가 들어가 구매를 했다.
게다가 표지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던지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총 4권의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을 말하라면, 뭔가 좀 부족하다... 란 것이다.
소재도 신선했고, 나름 스토리도 재미있었지만, 역시 뒷심이 부족하다.
용두사미라고까지는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인간은 다른 인간을 단죄할 수 있는가 - 맨홀

맨홀은 표지부터 으스스하니 소름이 끼쳤다.
도대체 맨홀 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맨홀은 모기가 옮기는 필라리아라는 것을 인간의 몸에 기생시켜 인간의 본능을 억제시켜 범죄자에 대한 단죄를 하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안아플 손녀딸이 납치된 후 당한 고통. 그 고통은 자신이 대신할 수 없지만, 그 범죄를 일으킨 자를 단죄할 수 있다고 믿었던 한 남자.

사실 필라리아는 사람을 숙주로 삼지는 않는다. 필라리아 즉, 심장 사상충이라고 하는 기생충은 개나 고양이를 숙주로 삼는다. 처음엔 증상이 미미하나 체내에서 번식을 하면서 결국은 심장 혈관을 막아 숙주를 폐사시키는 무서운 질병이다. 그러나 개나 고양이에게 감염된 마이크로 필라리아는 사람에게는 전염성이 없다.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필라리아는 사람을 숙주로 삼으며 뇌를 파먹고 산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상하부를 침식한다. 아프리카의 보츠나와 일대에서 발견된 사상충. (사실 이에 대해선 나도 지식이 없어 뭐라 할 수는 없다) 그것을 들여와 인공적으로 사람에게 투여한다.

그것을 행하는 남자는 그 행위를 사회 정화라고 부른다. 즉, 법적으로 손쓸 수 없는 사람을 자신의 힘으로 단죄한다고 하려는 것. 그의 행위는 이미 사적인 복수를 넘어 사회의 쓰레기를 처단한다는 것으로 넓혀졌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은 없는 것일까.

모기를 매개로 옮겨지는 병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모기에게는 누가 범죄자이고 누가 선한 사람인지 중요하지 않다. 즉, 모기는 자신이 피를 빨 수 있는 상대라면 누구라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본능에만 지배되지 않으면 사상충의 공격에도 이성을 잃지 않게 되지만 과연 그걸 행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러한 것으로 사회 정화를 꿈꾼다는 건 '미친 짓'이다. 물론 법망을 벗어나 유유히 활개치는 범죄자가 많다는 건 인정하지만, 일일이 그 사람을 찾아가 사상충을 이식할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찌 보면 좀 황당하다. 

자신의 손녀를 참혹하게 짓밟은 녀석에 대한 복수라면 공감이 가지만, 사회 전체를 구제할 수 있을까. 과연? 어린아이가 감염되면 그 아이는? 자신의 손녀는 사랑하면서, 그 아이는? 하여간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인생을 리셋하시겠습니까 - 리셋

리셋은 컴퓨터 게임이란 것을 통해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게 되지 못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디스토피아란 게임.
그것은 한 아파트 단지내의 입주자를 대상으로 한 게임이다. 그속에선 서로를 죽이고 스스로 죽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워낙 잘 짜여진 시스템이라 어느 순간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요즘은 컴퓨터 게임이 보편화되어 있어 누구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어떤 게임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잔인하여 그 게임을 즐기다 보면 윤리적 사고 자체를 배제하는 경우도 생긴다. 리셋에 등장하는 디스토피아란 게임이 바로 그런 것이다. 죽음에 대한 자연스러운 면역이랄까. 자신의 죽음도 타인의 죽음도 게임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고 어느 순간 세뇌되어 버리는 현실.

이 작품도 역시 의도는 좋았지만 뒷심이 약했다. 그런 복잡하고 정교한 게임을 만들어 낸 이유가 고작 자신의 복수라니. 오히려 칼 들고 찾아가서 죽이는 게 빠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앗.. 이건 좀 위험한 발언일지도!?)

맨홀, 리셋 모두 소재를 독특한 걸 가져왔지만 내용면에서 공감이 안되는 부분이 많았다. 결말도 그렇고. 내용을 좀더 보충하고 결말을 좀더 극적으로 끌어냈으면 훨씬 더 재미있는 작품이 되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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