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없는 새가 나는 새벽 1~3(완결) 세트
히로타카 키사라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이름도 없는 새가 나는 새벽이란 무척이나 서정적인 제목과 아름다운 그림에 반해 무조건 샀던 이 만화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이 멋진 남자들의 관계는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은 멋진 일러스트를 시간을 들여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3권 모두 멋진 일러스트가 있는데, 1권은 카라스와 시라사기, 2권은 코우모리, 3권은 벨제브브와 살리에르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벨제브브와 살리에르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뭐, 개인적 취향이다..)

악마 시라사기와 천사 카라스.
솔직히 말해서 이름을 봤을때 웃음이 터져버렸다. 시라사기는 일본어로 백로를 뜻하고 카라스는 까마귀를 뜻하기 때문에. 악마의 이름은 시라사기, 천사는 까마귀라... 얼핏 보면 이름이 반대가 되어야 할 것 같고, 생긴 모습도 악마가 오히려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천사인 카라스가 악마처럼 생겼다는 건 아니지만, 타락 천사가 되어 갈 때의 카라스의 모습은 악마가 되어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신을 사랑하여 인간으로서 살아가기를 원하는 악마 시라사기. 그리고 그 악마를 지하로 돌려 보내기 위해 파견된 천사 카라스. 둘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라사기의 신심과 착한 마음에 점점 끌리게 되는 카라스는 시라사기를 돕기로 한다.

하지만 이들의 행태를 두고 볼 천국과 지옥이 아니었다. 천상에서는 카라스를 잡아들이기 위해 주천사 살리에르가 파견되고, 지옥에서는 시라사기를 불러 들이기 위해 악마 자간이 등장한다. 천국과 지옥 모두에게 쫓기게 된 두 사람(?)이지만, 그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과연 그들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사실 천사와 악마라고 하면 상대적인 입장에 있는 존재이다. 각각 악과 선을 대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둘이 사랑에 빠졌다고 하면 이건 전대미문의 사건이 될 건 뻔하다. 물론 악마와 천사, 그리고 천국과 지옥이 존재한다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판타지적 설정이 되는 건 확실하며, 그렇다 보니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지 못하는 여러 존재들을 접하게 된다.

특히 여러 직위의 천사들이 등장하는데, 이 만화에 등장한 계급으로는 치천사, 주천사, 지천사, 역천사, 능천사, 좌천사, 수호천사등 굉장히 다양한 계급이 등장한다. 게다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천사의 모습과는 다른 천사의 모습들.. 우리는 흔히 천사라고 하면 크리스마스 장식에나 등장할 법한 흰 옷을 입고 날개가 달리고 머리위엔 황금색의 고리가 달린 천사의 모습을 상상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천사들은 신의 군대, 신의 전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직위에 따라 들고 있는 무기가 다르고, 옷도 군복이나 갑옷, 그리고 수트에 트렌치 코트를 갖춰입고 있다. 트렌치 코트를 입은 천사는 유행인지, 미드 수퍼 내추럴에도 수트에 트렌치 코트르를 입은 천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여간 그렇다보니 천사들의 복장이나 차림새가 굉장히 독특하고 멋지다. (피규어로 장식해두고 싶을 만큼)

작화면에서도 굉장히 아름답지만, 이야기 자체도 무척이나 아름답다. 신을 사랑해서 인간이 되길 원하는 악마와 그를 사랑하는 천사. 그리고 신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가 타락천사가 되어 지옥에 떨어진 벨제브브와 그가 사랑했던 천사 살리에르의 이야기까지 이 만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무척이나 위태로운 사랑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 애절하고 애틋하다.

시라사기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심판의 저울에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걸 올려 놓아야한다. 그것을 알게 된 카라스는 시라사기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결심을 하게 된다. 신은 이들의 사랑을 허용할 것인가. 과연....

여기엔 또다른 재미있는 설정이 있다. 천사들이 믿고 사랑하는 신은 치천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신이란 것. 물론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보면 기겁을 할 일이겠지만, 사실 신이란 존재의 유무에 대해서는 누구도 뚜렷한 답을 내지 못한다. 어쩌면 작가는 만들어진 신과 대비한 자신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신을 진짜 신이라고 하고 싶지 않았을까. "네가 바로 나의 신이야"라고 말하는 시라사기의 말처럼.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신이란 존재가 있다면 당신의 아이들(인간)을 이렇게 괴로움과 아픔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난 신을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지만, 그건 믿는 사람 나름이란 생각은 한다. 만들어진 신이 아닌 자신만의 신. 그건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부터 나오게 되지 않을까. 

어쩌면 이 만화에 등장하는 치천사들은 신을 만들고 신의 권능을 만들어 냄으로써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부 끔찍한 종교인들처럼. 하지만 신은 억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믿음에서 존재하는 것이기에 그들의 계획은 실패했을지도 모르겠다.

스토리도 괜찮고 작화도 좋아서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지만, 역시 3권으로 끝내기엔 좀 아쉬움이 컸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너무 달려서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는데, 특히 코우모리와 그가 사랑했던 그의 이야기가 좀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솔직히 코우모리의 정체를 알고 기겁을 했다. 무척이나 가슴아팠던 코우모리의 사랑. 이젠 그에게 벌을 그만 내리고 용서를 해주면 안될까...)

천사와 악마가 등장하는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랑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다시금 확인해 보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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