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den 가든 : DELUXE - 뉴 루비코믹스 스페셜 007
고토부키 타라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코토부키 타라코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사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구입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당신은 돌아만 봐도 죄 짓는 남자>는 너무나 엉뚱해서 어질어질해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혹시 이 책도 그런 분위기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몇 장을 읽자 마자 그런 생각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가든은 장르는 BL로 묶여 있지만, 동성애를 묘사한 장면은 하나도 없다. 분위기나 말 정도로만 묘사되어 있지만, BL이란 장르란 것때문에 고개를 돌려버릴 독자가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무척이나 안타깝다.

<콘크리트 가든>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천사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천사라고 하면 하얀 옷에 날개가 달려있고 황금빛의 고리가 머리위에 있는 그런 천사의 이미지만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천사는 그런 이미지는 크리스마스에나 어울릴지 모르겠다.

천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여기에서는 천사가 과연 어떤 존재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가 늘 생각하는 날개 달린 아름다운 생물이 아닌 신의 군대로서의 위치를 가진 천사. 미드 슈퍼 내추럴에 등장하는 천사도 바로 그런 천사들이다. 지옥의 악마의 군대와 싸움을 하기 위한 존재들. 콘크리트 가든에서는 그 정도까지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으나, 여기에 나오는 천사 토키는 인간을 주식으로 하며, 인간의 전쟁에서 인간을 죽이는 전투 병기로 나온다.

신의 병사로서의 천사나 사람에게 이용되어 사람을 죽이는 존재나 뭐가 다를까.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들을 먹는 천사를 두려워하면서도 그를 이용한다.
키요하루는 토키와 만나면서 그런 인간의 본성을 깨닫게 된다.

솔직히 말해서 천사의 피나 남자였던 키요하루가 토키를 만나 여성 천사로서 자각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판티지적 설정일 수가 있다. 하지만, 토키를 천사가 아닌 인간 병기로, 키요하루를 천사 암컷이 아닌 순수한 마음을 가진 존재라 생각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작가님의 의도는 확실히 모르겠으나 그런 은유로 생각해도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반적으로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본성, 그리고 연구라는 명목하에 자행되는 인권의 무시등을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클락 다운>은 SF를 가미한 만화이다. 아직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평행 세계(혹은 평행 우주) 이론을 만화와 적절히 접목시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사실 평행 이론을 바탕으로 씌어진 책은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특히 유명한 것으로는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가 있다. 또한 일본 SF계의 거장이라 일컬어지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집이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실린 단편 하나도 평행 세계를 무대로 씌어 졌다.

아직까지는 이론으로만 존재하지만 정말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해온 내게 있어서 무척이나 즐거운 작품이었다. 거기에다 우정과 사랑의 절묘한 배치는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세 편의 작품중 가장 유쾌하고 즐거웠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DOGALA + MAGLA>는 <콘크리트 가든>의 세계관과 상당히 일치하는 점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 작품 역시 인간의 욕망과 본성이 만들어낸 추악한 세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영화 <아일랜드>나 소설 <나를 보내지마>에서 나온 것과 같은 클론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종교계 입장에서는 신성 모독이라 할 수 있는 부분까지 만화에는 언급되어 있다. 바로 만들어낸 신, 즉 예수를 부활시킨다는 부분인데, 픽션이라 해도 상당히 수위가 높다. 물론 난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인지라 그런 면에서는 무덤덤하지만,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서 예수를 신으로 보느냐 인간으로 보느냐에 대한 문제때문에 잡음이 있었던 만큼, 이런 것이 평범한 설정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신성 모독이나 신에 대한 부정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신을 만들어 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이라든지, 클론을 만들어 자기 자신에게 적합한 장기를 적출해내는 도구로 사용하는 비윤리적인 사고 방식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시각을 먼저 봐야하지 않을까.   

인간은 자신의 목숨에 대해 욕심이 많다. 물론 살아 있는 생명 중 어느 것이 자신의 생명이 귀중하지 않다고 생각할까. 하지만 인간의 생명 연장에 대한 욕심은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중 가장 크다. 그게 비록 비윤리적인 수단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말이다.

오래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이 가든은 바로 그러한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천사나 클론 같이 판타지적 혹은 SF적 소재가 쓰이고 있긴 하지만, 그 저변에는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과 인간의 추악한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삶은 소중한 것이지만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켜 얻는 것이 과연 아름다운 일일까. 그리고 그러는 한편, 희생되는 누군가를 단지 도구로 바라보는 일이 바람직한 것일까.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무게를 적절하게 배치시켜 균형을 잘 잡고 있는 이 작품은 BL팬 뿐만이 아니라 판타지와 SF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무척이나 좋은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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