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널 좋아한다고 했어?
야마다 유기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야마다 유기의 만화는 읽으면 늘 즐겁다. 너무 튀지도 않고 너무 모나지도 않은 게 좋다. 등장 인물들은 대부분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인물들이고, 성격이나 사고 방식도 현실에 사는 사람들과 별다름이 없다. 그래서 그럴까. 읽으면 읽을수록 더 빠져들게 된다.

표제작인 <누가 널 좋아한다고 했어?>는 아슬아슬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다. 학교 친구의 초등학교 동생에게 고백을 받은 건 마사유키가 고등학교 때. 그후로 십수년이 지나도록 소지로는 마사유키를 포기하지 못한다. 소지로가 고백한 건 초등학생때였으니 마사유키 입장에선 농담이라고 밖엔 생각할 수 없었겠지만, 그후로도 마사유키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착실하게 성장해 온 소지로였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누군가를 그토록 오랜기간동안 짝사랑할 수 있을까. 난 늘 그게 궁금해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정신없이 빠져든다. 게다가 한쪽은 계속 애매한 거부 상태이니 몇년 정도면 지칠법도 한데 소지로는 그렇지 않았다. 마사유키의 마음은 소지로가 여자였다면.. 이란 것이겠지만, 사실 누군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자신 혼자만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마음이 동하는 상대여야지 그게 성립되니까.

애매한 관계로 일관되어온 두 사람이지만, 늘 변수란 건 생기기 마련이다. 사실 사람이란게 간사해서 자신을 좋아하던 사람이 다른 관계를 맺는 걸 보면 질투가 나는 건 당연하다. 특히 애매한 마음 상태일때는 더더욱 그런 법이고. 그런 것이 마사유키와 소지로의 관계가 아니었을까. 아니 마사유키가 소지로를 대하는 마음이 그런 것이었겠지.

중간중간 소지로의 변신(?)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고분고분하다가 갑자기 남자다움을 물씬 풍기는 발언과 행동을 하다니..(笑)

<우리집은 즐거워>는 이 단편집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이기도 하다. 중학교 동창생인 두 사람의 이야기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둘 다 이혼 상태. 그러다가 한 집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이쯤되면 뻔한 이야기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져 가는 상황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특히 난 마도카가 나이토의 손을 슬쩍 잡는 장면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데, 나이토의 "이게 뭡니까"란 대사가 어우러진 그 그림이 너무나도 좋았다. 다른 말은 필요 없다. 부연 설명도 필요없다. 단 그장면 하나로 두 사람의 감정을 다 보여줬다고 할까.

<갠 날 흐린 날>과 <어두운 터널 저쪽>은 연작이다. 회사를 그만두게 된 상사와 그 일을 인수인계해야 하는 직원 사이의 이야기.

<양말구멍>과 <딸기 얼룩>도 연작이며,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점장과 아르바이트생 직원이야기랄까. 

<제발 입 좀 다물어 봐> 역시 리맨물인데, 소로 좋아하면서도 거리를 두는 두 사람의 이야기였다. 한 사람은 기혼, 한 사람은 미혼.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생기는 간격. 무척이나 안타까웠지만 해피 엔딩으로 끝나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사랑이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자속 인형같다. 무심코 열었는데 푱하고 튀어나오는 인형. 그건 사람을 즐겁게도 하고 웃게도 하고 놀라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섭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 건 각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뚜껑을 열어 봐도 내용물을 확실히 알 수 없는 것. 바로 그런게 사랑이 아닐까. 

모양도 크기도 다른 상자에서 나온 여러 가지 사랑의 단편들.
<누가 널 좋아한다고 했어?>는애틋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여러 가지 사랑의 모습으로 가득한 선물상자 몇 개를 한꺼번에 받은 그런 느낌의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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