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미야베 미유키라고 하면 미스터리나 추리 소설 쪽에서 굉장한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이다. 하지만 난 이제껏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이코 - 안개의 성>외에는 읽어 보지 않아 그녀의 작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코 - 안개의 성>은 게임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자 한 소년의 성장 소설이었다면, <스텝파더 스텝>은 깜찍한(?) 쌍둥이와 도둑 아빠의 즐거운 나의 집 만들기 대작전이랄까.

프로 도둑이 벼락을 맞고 어떤 집에 떨어졌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쌍둥이에게 둘러 싸여 있었다. 이런!! 도둑 체면이 말이 아니다. 벼락을 맞고 기절했다니. 그러나 그것보다 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있었으니!!!
쌍둥이 형제 타다시와 사토시는 그에게 아버지 노릇을 해줄 것을 제안한다. 그것도 반강제, 협박으로! 쌍둥이 형제의 부모는 각각 바람난 상대와 함께 집을 나갔다는데.....

이렇게 시작된 세 사람의 생활. 아이들은 그를 아버지라 부른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운명에도 없는 자식이 두 명이나 생긴 그와 쌍둥이 형제의 생활은 유쾌하면서도 즐겁게 흘러간다. 물론 처음엔 강제적이었지만.

총 7개의 연작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쌍둥이와 도둑 아버지의 생활뿐만 아니라 일상 미스터리까지 가미해서 더욱더 흥미롭게 진행된다. 즉, 미야베 미유키의 전공인 미스터리가 유쾌한 가짜 가족 만들기 소설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는 말이다.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은 옆집 여자의 집에는 왜 그렇게 많은 거울이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스텝파더 스텝>을 비롯해, 진품 명화 도난 사건을 다룬 <트러블 트래블러>, 쌍둥이는 왜 학교에 협박장을 보내고, 학교를 바꿔 출석하게 된 건지를 다룬 <원나이트 스탠드>, 쌍둥이가 사는 마을 근처 호수에서 발견된 백골의 사체 2구에 대한 미스터리 <헬터 스켈터>, 펜팔을 하던 유부녀가 협박을 받게 된 사건을 의뢰받은 <론리 하트>, 다른 지역 신문이 며칠마다 배달되는 집의 비밀을 다룬 <핸드 쿨러>, 쌍둥이 유괴 사건 <밀키 웨이>까지 이들이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지고, 이들은 자연스레 그 사건에 관련이 된다.

머리 좋은 쌍둥이와 프로 도둑 탐정이 해결해 나가는 사건들, 그러면서 서로간에 쌓여 가는 신뢰는 적절히 융합되어 따뜻한 가족 소설과 코지 미스테리를 함께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각각의 사연에 감춰진 진실이 밝혀질 때 추리 소설의 범인을 밝혀낸 듯한 그런 짜릿함도 더불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이 책은 사회문제도 살짝 살짝 다루고 있다. 쌍둥이 형제의 부모는 각각의 바람 상대와 집을 나갔고, 아이들은 방치된다. 그런데도 부모는 누군가 한 사람은 아이를 돌보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한다. 게다가 아이둘만 사는데도 옆집에서는 누구하나 걱정을 하거나 의심을 하지 않는다. 가족의 붕괴와 사회적 무관심을 함께 다루고 있다고 할까.

또한 돈을 위해 아버지를 속이는 아들이나, 돈을 위해 한 여자를 감금하는 사건이나, 남편 몰래 펜팔을 하는 아내등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슬쩍슬쩍 건드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크게 대두되지 않지만 튀지 않게 적절히 잘 용해시켜 놓은 점이 작가의 필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재미있는 점은 도둑 아버지는 자신의 일을 절대로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것. 7개의 사건을 해결하면서도 자신의 보수는 절대적으로 챙긴다는 것. 보통 이런 책에선 주인공들이 사람들을 도와주기만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프로 도둑의 프로 정신은 높이 사줄만 하다. (笑)

또한 어설픈 유머 감각이 아니라 자연스레 웃음을 유도하는 작가의 글솜씨는 탁월하다. 비록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으로 살아가게 되는 세 사람과 프로 도둑의 아버지의 이야기인 <스텝파더 스텝> 세상에는 이름만 가족인 것 보다 더 유대감이 강한 관계도 충분히 생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 페이지의 문장들처럼 사람의 앞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레 겁먹고 걱정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런 흐름에 몸을 맡기고 행복을 만끽하면 된다. 사람의 삶은 행복만을 누리기에도 지나치게 짧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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