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열린책들 세계문학 26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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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고교 시절 첨으로 접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후로 꽤나 오랜 시간이 흘러 지금은 대략적인 줄거리만이 생각난다. 당시엔 베르테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슬픔이란 것에만 신경이 쓰였다. 하긴 그 나이에선 그런게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손에 잡게 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사랑 이야기로는 최고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이 작품은 한 젊은이의 사랑 이야기라고만 하기엔 아쉬움이 컸다.

베르테르가 약 1년 반에 걸쳐 친구 빌헬름에게 보낸 편지를 가상의 역자가 엮어서 펴낸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총 3파트로 나뉘어 진다.

제1부는 베르테르가 로테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순간의 환희와 기쁨을 그리고 있다. 그 표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치 한 편의 시를 보는 듯하다. 사실 사랑이란 것에 빠지면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비단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시쳇말로 눈에 콩깍지가 씌였으니까. 하지만 사랑이란 것은 늘 아름다운 순간만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또한 사랑이란 나와 상대에게 언제나 똑같은 무게로 다가 오지도 않는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사랑하지만 로테에게는 약혼자가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베르테르는 그녀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가 없지만, 알베르트가 돌아오면서 베르테르의 사랑은 안타까움과 절망으로 변해간다.

사랑의 시작으로 시작해 사랑하는 마음의 절정, 그리고 좌절감과 슬픔을 겪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는 1인칭이자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절절하게 드러난다. 사실 사람의 감정을 드러내는 방법으로는 1인칭이 가장 좋지만, 편지라는 다소 비밀스러운 형식은 그 사람의 감정을 더욱더 잘 드러내 보여주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한 구절 한 구절,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찬미와 행복으로 충만한 감정을 표현하는 베르테르를 보면서 참으로 낭만적이고 감수성 풍부한 젊은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랑의 열병에 들떴다가 알베르트의 등장으로 급속하게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베르테르의 모습을 보면서 나약한 면이 많은 젊은이란 생각도 들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나의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을 때의 베르테르의 심정은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러한 희비의 쌍곡선이 너무나도 애절하고 절절하게 잘 표현이 되어 있다.

제2부는 로테를 사랑하지만 이미 알베르트의 여인이 된 로테에 대한 마음과 아픔, 그리고 당시 신분 계급제와 관료주의에서 나오는 사회와 개인의 갈등, 이상과 현실의 갈등 등이 담겨 있다.

평민의 신분이었던 베르테르와 귀족간의 반목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그 분위기로 충분히 드러난다. 마음속의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나 신분제와 관료주의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젊은이의 모습과 더불어 로테에 대한 사랑이 확실한 절망과 아픔으로 변해가는 시기는 공교롭게도 맞물려있다. 만약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었더라면 베르테르는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았을까.

베르테르의 사랑과 이상은 모두 벽에 가로 막혀버렸다. 베르테르가 감상적이며 나약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1부에서도 많이 드러난다. 열렬한 사랑을 하면서도 언제나 죽음이란 걸 염두에 둔 표현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꽤 많은 횟수로 반복되고 있다.

베르테로도 베르테르지만 난 로테의 행동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약혼자가 있으면서도 베르테르의 마음을 허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그녀는 베르테르에게 사랑의 달콤함과 환희와 함께 지옥과도 같은 절망과 슬픔을 함께 가져다준 인물이다. 언뜻언뜻 보이는 로테의 유혹의 말과 몸짓은 나만이 느낀 것일까. 그녀가 처음부터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이유로 베르테르의 마음을 확실하게 거절했다면 베르테르는 어쩌면 자살에까지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거절당한다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확실한 거절과 애매한 거절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눈에는 로테가 끝까지 곱게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부분인 엮은이가 독자에게란 부분은 베르테르의 자살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 비록 이승에서는 엮어지지 못한 인연이지만 저 세상에서는 꼭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자살을 선택한 베르테르가 완전한 사랑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죽음이었다. 하지만 로테도 베르테르 처럼 생각했을까. 그녀는 베르테르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낄지는 몰라도 과연 베르테르를 사랑했을까. 

사실 로테의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그건 그녀만이 알 것이다. 편지에서 드러난 베르테르의 감정만으로는 로테의 감정에 대한 설명은 되지 못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상대의 행동을 자신에게 이로운 쪽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역자가 쓴 부분도 짐작일 뿐이지 로테의 감정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부분은 없다. 

언뜻 보기엔 사랑으로 인한 슬픔과 좌절, 그리고 절망이 베르테르의 자살의 한가지 이유가 되겠지만 - 물론 그런 사람도 존재하지만 - 결국 베르테르가 자살을 하게 된 동기는 자신을 가로막고 있던 사회적 벽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상과 꿈은 언제나 눈부시고 아름답지만 한계를 돌파하지 못하는 이상 손에 넣을 수 없다. 젊은 베르테르가 진정으로 슬퍼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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