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상을 조금만 바꾸어 볼까요?

올림픽의 몸값 1 ㅣ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현 시점에서 나의 최고 도달점"이라는 작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제까지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적절한 유머 감각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제기했다면, 이건 처음부터 아주 진지하다.

때는 쇼와 39년, 서기로 따지면 1964년이다. 2차 대전에서의 패망 이후 어언 20년. 일본은 현대화 바람을 타고 급속히 성장해 나가고 있었고, 더불어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개최지로서 온 국민의 관심은 올림픽 성공 개최란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경찰 고위직을 포함해 도쿄 곳곳에서 폭탄 테러 사건이 일어난다. 인명 피해는 없지만, 협박장에는 도쿄 올림픽을 무산시키겠다는 말이 씌어 있었다. 도대체, 누가, 왜?

사실 사건의 범인은 몇 장만 읽어보면 누군지 다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가 중요한 문제이다. 올림픽이란 것은 국제적인 축제이다. 한 나라의 경제 발전과 부유함의 상징이기도 한 올림픽을 왜 노린 것일까.
 
이 책에 나오는 남자 다다시와 시마자키 구니오, 요시코는 다 20대 초반의 인물로 전후 세대이다. 따라서 일본의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서 전후 세대의 풍족함을 누리면서 살아온 세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다시의 경우는 일명 부르주아 계급에 속한다. 경찰 고위간부인 아버지를 비롯해서 구 화족 출신 어머니, 형 역시 좋은 대학을 나와 고급 공무원이 되었고, 누나는 좋은 집안으로 시집을 갔다.

요시코는 평범한 집안의 딸이지만, 나름대로 전후 세대란 것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아가씨이다. 비틀즈를 좋아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는 것이 꿈이다. 

시마자키 구니오는 아키타 출신으로 도쿄대 경제학부에 재학중인 엘리트이다. 그러나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형제들의 희생으로 도쿄대에 입학했다. 형은 어린 시절부터 돈을 벌어야 했고, 도쿄의 막노동판에서 일을 하다 숨졌다. 형이 했던 막노동판에 뛰어 들면서 구니오는 자신이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된다.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조건, 거기에 같은 노동자들의 돈을 뜯어 먹는 야쿠자 출신의 노동자, 술과 싸구려 마약등으로 얼룩진 뒷모습. 
구니오는 그곳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뱅이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처절하고 비참한 것인가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이것이 도쿄대 경제학부 재학 중인 엘리트 청년의 변모를 가져오게 된 계기가 된다.

이 소설은 날짜 순으로 진행되는 부분도 있지만, 경찰이 폭파 사건을 수사하면서 용의 선상에 떠오른 구니오를 추적하면서 과거 구니오의 행적을 보여주는 중층 구조를 이룬다. 따라서 좀 복잡할 것 같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런 서술 방식이 더욱 현장감있게 다가온다. 
 
한쪽은 올림픽의 열기로 축제 분위기이지만, 그것을 위해 수많은 노동자가 희생되고 있다. 과연 올림픽은 누굴 위한 것일까. 거대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중되고 노동자들의 인권은 짓밟힌다. 과연 올림픽의 몸값과 건설 현장 노동자의 목숨값 중 어느 것이 더 가치있게 평가되고 있을까. 무척이나 씁쓸한 현실을 과장없이 잘 그려놓은 올림픽의 몸값.

세상을 통째로 바꿀 수는 없지만, 세상의 한 귀퉁이만이라도 바꾸고 싶어한 한 청년의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