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노하라 나리세의 콜드 시리즈 제 3편이자 완결편. 3편은 토오루가 사고후 6년만에 기억을 되찾은 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토오루 아니 예전의 토오루란 사람과 후지시마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콜드 피버는 콜드 시리즈 중 제일 충격적이었다. 1편은 부드럽게 흐르는 물처럼 발목을 찰싹찰싹 적시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3편에서 토오루의 과거 모습이 되살아나면서 그건 폭풍처럼 해일처럼 밀어 닥쳤다. 사고 바로 전의 기억만을 가지고 깨어난 토오루. 그에게 지난 6년은 공백일뿐이었다. 과거 후지시마가와 절연을 했을 때의 분노와 자신을 배신했던 후지시마에 대한 고통만으로 가득한 기억을 가진 시절로 되돌아 간 토오루. 그는 그때처럼 폭력적이고 거친 남자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지난 6년간의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을 만날때마다 괴로움이 커진다. 게다가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 후지시마이며, 그와 보낸 시간을 찍은 사진을 본 토오루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후지시마가 자신이 기억을 잃은 순간을 이용해 자신을 농락했다고 여기게 된 토오루의 분노는 책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분량이 많다. 더불어 잃어버린 시간 동안 배웠던 케이크 만드는 일은 모조리 잊어버리고 다시 카메라를 잡는다. 솔직히 말해 토오루가 하즈시마에게 일방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부분이 너무나 많이 묘사되어 있어 읽는 내내 눈살이 찌푸려졌다. 소름이 끼칠정도로 폭력을 행사하는 토오루나 그것이 전부 자신의 업보인 양 고스란이 받아내는 후지시마나... 이것들 다 제정신이야!!!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기억. 그것이 토오루를 짓누르는 트라우마란 것이란 걸 감안해도 폭력의 정도가 지나치다. 처음에는 후지시마에 대한 분노에서 점점 후지시마가 자신을 떠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전이되는 토오루의 감정은 이해가 가지만, 그 모든 것을 폭력으로 점철하는 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런 토오루의 변신에 난 기겁을 할 정도였다.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연인을 위해 케이크를 사고, 케이크를 굽던 남자가 분노로 가득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에서는 뭐가 씌어도 단단히 씌인 게 분명하다는 말을 내뱉고 싶을 정도였다. 토오루를 보면 심하게 상처입은 야생동물을 보는 느낌이다. 자신이 상처입은 걸 결코 잊지 않고, 다정하게 내미는 손도 야멸차게 할퀴어 버리는 그런 야생동물. 원래 야생동물이란 쉽게 곁을 주지 않으니까. 하지만 일단 마음을 허락하면 그 누구보다도 깊은 정을 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토오루는 야생동물을 닮아 있다. LOVE & HEART란 카피를 사용한 포스터의 사진처럼 토오루와 후지시마의 앞에는 행복만이 가득하길 바라 본다.... 이제 더이상 후지시마가 토오루를 배신하는 일 따위는 없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