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리언셀러 클럽 한국편 001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
김종일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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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호러라는 장르를 아주 좋아한다.
호러의 기본인 사람을 난자하는 이른바 스플래터부터 유령이 나오는 것 뿐만 아니라, 심리 스릴러, 미스터리, 서스펜스 등 사람을 섬뜩하게 만드는 요소를 가진 장르는 다 좋아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호러 소설이라면 인터넷을 뒤져가면서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까지 찾아볼 만큼 좋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설은 스플래터 위주라 어느 날부터는 질려 버렸고, 그다음부터는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종하는 그런 장르로 마음이 옮겨 갔다. 하지만, 여전히 호러에 대한 끌림이랄까, 그런 것은 내 마음에 여전히 깊이 남아 있다.

황금가지에서 나온 <한국 공포 단편 소설집>들을 읽으면서 난 다시금 한국 호러 소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은 호러물의 점유율이 극히 낮고, 영화 역시 매년 여름 호러물이 제작되기는 하나, 늘 흥행부진으로 일찍 막이 내리는 경우도 많다.

왜 한국은 호러물이 그다지 발전하지 못할까.
일단은 우리 나라는 귀신이야기가 그다지 많이 발전하지 못한 나라다. 이웃 나라인 일본만 해도 800만 신이 존재한다고 하는 만큼, 정령, 귀신, 요괴등의 이야기는 끝도 없고, 다른 외국의 경우도 악마나 마녀, 혹은 주술과 같은 것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가 많다. 우리 나라의 경우 도깨비도 일본에서 건너온 오니에서 파생된 것이니, 처녀 귀신이나 몽달귀신, 구미호등을 제외하고는 귀신의 수도 턱도 없이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자연히 외국의 호러물에 밀리게 된 게 아닐까.

가끔 우리 나라 호러 영화를 보면 외국의 귀신이나 설정을 본 따 온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을때가 있다. 즉 한국형 호러는 아직 그 위치를 잡아가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까닭에 한국의 작가들이 쓴 호러 소설은 한국 호러 시장을 위해서도 무척이나 큰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현재 한국형 호러 소설은 소재를 여러 가지로 삼고 일상적인 공포로 그 공포를 확대해 나가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결국에는 스플래터로 귀결된다. 김종일의 몸을 읽으면서도 역시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총 10가지의 단편을 모아 편집된 이 소설은 연작소설이라고 하기엔 뭔가 이상하다. 사람들의 신체 부위를 소재로 삼아 쓴 것은 신선하지만, 프롤로그, 공포, 에필로그를 제외하고는 공통된 등장 인물이 없다. 물론 앞의 아홉편이 나중에 공포에 가서 집대성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게다가 인물들의 개성이 없다. 가부장적 남편, 시끄러운 아내. 그리고 빈번히 등장하는 욕설. 분명히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의 뻔한 성격때문에 작품의 효과가 많이 죽어버린다고나 할까.

얼굴, 귀는 내가 괜찮다고 생각했던 작품인데, 얼굴은 반전이 재미있는 작품이었고, 귀는 두가지의 의미를 갖는 중의성이 있어 재미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머리카락의 살아있는 머리카락은 좀 식상한 느낌이었고, 구토는 오래된 호러 영화 플라이를 생각나게 했다. 파리와 합성된 인간이 체액을 내뱉어 사람을 녹이는 장면, 딱 그게 떠올랐다.

황금 드래곤상 수상작이라 해서 기대를 많이 했지만, 사실 그 기대에 못미쳤다. 하지만 호러 시장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이런 독특한 소재를 사용해서 기묘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에필로그와 프롤로그 쪽이 이어져 윤회의 바퀴의 찌걱거림이 들리는 듯 한 그런 서술방식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좀 더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공포, 즉 말초신경을 자극해내는 비주얼적 공포가 아닌 심리 공포쪽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플래터나 인육을 먹는 장면은 이젠 정말 지겹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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