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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라잇 - 단편
코노하라 나리제 지음, 사이카와 나나오 / 현대지능개발사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코노하라 나리세의 콜드 시리즈 제 2편.
1권 콜드 슬립은 기억을 잃어버린 토오루와 그를 돌봐 주는 후지시마 사이의 서로에 대한 적응, 그리고 감정의 교류 등을 중심으로 현재 그들의 모습을 서술하고 있다면, 2편 콜드 라잇은 이들의 과거와 현재의 교차가 중심이 된다. 그리고 1편이 토오루의 입장에서 그의 감정을 중심으로 서술되었다면, 2편은 후지시마의 감정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물론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란 것은 변함이 없었다.
사실, 2편에 나오는 이들의 과거 이야기를 읽으며 많이 놀랐다. 이들의 관계 - 의붓 형제-란 것도 그랬지만, 후지시마와 그 어머니의 관계, 그리고 어린 토오루가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던 아픔과 절망에 고개가 절로 저어질 정도였다.
후지시마의 성격은 어머니때문이었던 것인가.
심한 마더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후지시마는 어머니의 인형이자, '나기류'의 후계자로서 철저히 교육받고 키워졌다. 어머니의 명령이나 허락이 아니면 숨쉬는 것조차도 부자유스러울 정도였지만, 후지시마는 어린 시절부터 그것을 어기는 일 없이 조용히 어머니의 말을 따랐다. 아들이 받은 연애편지부터 시작해서 사춘기 소년의 성적 욕구 문제까지 어머니의 눈을 벗어날 수 없었던 후지시마는 음침하고 음울한 성격의 소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아들인 토오루가 찾아오면서 후지시마는 잠시 숨통이 트인 듯한 느낌을 받지만, 그것도 잠시. 토우루와 후지시마의 교류를 눈치챈 어머니에게 토오루가 죽을 정도로 두드려 맞는 사건이 발생하고, 후지시마는 어머니 앞에서 토오루를 두둔조차 하지 못한채 입을 다문다. 그후 토오루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친어머니에게조차 버림받고, 아버지의 집에서 학대를 받은 토오루.
사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이 아이 학대이다. 물론 노인 학대나 동물 학대 문제에서도 분노를 참기 힘들다. 인간은 자신보다 약한 존재는 지켜주야 하는 것임이 분명한데,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억압하고 힘으로 누르는 사람들은 역겹다. 게다가 후지시마의 어머니는 자신의 핏줄이 아주 고귀한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정말 미친 X 란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올 정도로 후지시마의 어미란 사람은 정말 인간 이하다.
후지시마와 어머니의 관계.
질질 끌어오던 관계는 후지시마의 어머니가 후지시마의 집에 살고 있는 토오루를 발견하게 되면서 일단 끝나게 된다. 결혼마저도 자신의 후계를 만들려고 했던 후지시마의 어머니는 후지시마가 토오루와의 관게를 밝히면서, 절연이란 것으로 매듭지어진다.
그후 두 사람의 이야기기는 급물살을 탄 듯 빨리 진행된다. 의외로 후지시마의 어머니가 후지시마를 빨리 포기하는 게 좀 이상했지만... 보통 그런 어머니는 자식을 죽이면 죽였지 놓아주는 법이 없는데 말이다.
뒤가 너무 빨리 진행되서 살짝 긴장했다가 긴장이 다 풀어져버렸다. 왠지 이게 끝인가..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3권 예고를 보니 토오루가 드디어 기억을 되찾는 모양이다. 기억을 잃기 전 후지시마가를 증오했던 토오루가 기억을 되찾은 후 과연 어떻게 변할지, 후지시마와 토오루의 관계는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무척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