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비츠 애장판 1
CLAMP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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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쵸비츠를 처음 접하게 된 건 동생을 통해서였다. 함 봐라, 그러면서 내게 건넨 만화, 그게 쵸비츠였다. 그러면서, 씨익 웃는 동생. 이거 그린 거 여자들이야...
첨엔 무슨 이야긴줄 몰랐는데, 읽으면서 좀 당황스러웠다.

그림체는 무척이나 예쁘고 깔끔해서 여성 작가란 건 알았지만, 설정이 좀 뭐랄까, 남자들의 망상을 그려 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단 이건 SF물이라고 봐야 할까. 왜냐하면 주인공 치이는 인체 모습을 본뜬 컴퓨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품 내에도 상당수의 인체 모양의 컴퓨터가 나오기 때문이다. 

주인공 모토스와 히데키는 어느 날 쓰레기 장에서 버려진 컴퓨터를 한 대 주워온다. 물론 그것은 여자 모습을 하고 있었고, 무척 귀여웠다. 그러나 부팅 버튼을 찾는 장면에서 솔직히 민망했다. 그래서 설마 여성 작가가 이런 만화를 그리겠나 싶었다. 지금도 그 장면을 보면 움찔한다.

하지만, 그런 기묘한 설정은 양념이다. 실은 인간형 컴퓨터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이지만, 실장 속을 들여다보면 진정한 사랑이란 것을 테마로 하는 만화이기 때문이다. 쵸비츠라 불리는 인간형 컴퓨터인 치이. 그녀는 왜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었고, 그녀가 아무런 프로그램 없이도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권에서는 히데키와 치이가 서로에게 적응해 가는 상황을 비롯해, 인간형 컴퓨터와 사람 사이의 관계, 치이의 정체에 대해 조금 알려주는 정도로 언급된다. 물론 예전에 이 만화를 끝까지 본 적이 있는지라 뒷 내용도 다 알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또 봐도 재미있다.

특히 히데키가 치이에게 선물하는 동화책인 <아무도 없는 마을>과 <나만의 사람 ~아무도 없는 마을~>은 이 만화의 핵심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그건 치이의 이야기이면서 인간형 컴퓨터와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를 동시에 담고 있다.

현재 우리들이 쓰고 있는 컴퓨터는 기계란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과 꼭 닮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면 우린 어떤 느낌을 받을까.
자신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그들을 보면 사람보다 그들에게 끌리는 것이 당연하게 될까.

이 만화에 등장하는 히데키는 치이가 귀엽기는 하지만, 여전히 컴퓨터 혹은 기계란 생각을 하지만, 미노루의 경우 죽은 누나를 본 따 만든 유즈키를 제작할 만큼 컴퓨터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좋아하지 않는게 신상에 이로울 거야. 나중에 울고 싶지 않다면..."이라고 말하는 미노루의 말이 무척이나 슬펐다. 누나와 아무리 닮았다 해도, 그건 미노루가 프로밍해 놓은 데로 움직이는 기계일뿐이니까. 미노루가 히데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었을까.

예쁜 여자아이 모습을 하고 있는 컴퓨터 치이.
SF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쵸비츠.
얼른 2권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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