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악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5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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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선인 <음울한 짐승> 다음으로 선택한 책인 <외딴섬 악마>는 장편소설이다.
로맨스와 모험, 그리고 비극적 살인 사건과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이 혼재되어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이 소설은 주인공 미노우라의 회상이란 형식으로 서술된다. 미노우라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었으나, 그녀는 완벽한 밀실 상태의 집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미노우라가 사건을 의뢰한 아마추어 탐정 미야마기마저 해변가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도대체 이 두 사건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그리고 미노우라의 연인이었던 하쓰요가 보았던 늙은 영감은 도대체 누구일까.

소설은 처음부터 기괴한 살인 사건을 보여준다. 추리 소설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밀실 살인의 트릭, 그리고 사람많은 해변에서의 살인 사건. 왜 전혀 관련없는 사람 둘이 희생자가 되었을까. 이 소설은 바로 여기에 큰 재미가 있으며, 이것을 계기로 사건은 급선회하게 된다.

미야마기가 사건 의뢰를 받고 난 후 다녀온 곳은 도대체 어디일까. 미노우라는 자신의 결혼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모로토를 의심하지만, 모로토는 오히려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미노우라와 함께 그 진상을 밝히기 위해 조사에 나선다.
미노우라와 모로토가 향한 곳은 기슈의 한 외딴 섬. 그곳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소설은 본토에서 발생한 사건과 외딴섬 이와야에서 발생한 사건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물론 두 가지가 모두 연관되어 있긴 하지만, 그 흐름은 미묘하게 달라진다. 앞의 것은 연인과 친구를 살해한 범인을 쫓는 것에 대한 것이라면, 이와야 섬에서는 그것이 보물 찾기와 관련된 모험 소설로까지 확장된다.

두 가지 이야기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미노우라의 죽은 연인 하쓰요가 가지고 있었던 족보였다. 그것에 기록되어 있는 암호가 바로 모든 사건의 중심을 관통하는 맥이었던 것이다. 보물 찾기란 것과 더불어 이와야 섬에 감춰진 비밀. 이것이 후반부를 대부분 차지한다.

인간은 얼마나 악해질 수 있을까. 추리 소설을 보면 늘 이런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물론 악한이 아닌 범인도 있다. 어찌보면 무척이나 애틋한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범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악하다.

특히, 이 외딴섬 악마에 등장하는 죠고로는 정말 구제할 수 없는 악인이었다. 단지 분노와 증오만을 가지고 태어난 듯한 악의 화신. 그가 행해온 악행들은 차마 눈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였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하고, 또한 돈벌이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증오하는 이유때문에 저지른 끔찍한 일들. 솔직히 말해 죠고로는 악마의 환생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록 마무리가 좀 허술한 면이 있긴 했지만, 음울한 로맨스, 비정상적인 사랑, 밀실 살인과 같은 정통 추리 소설의 트릭, 게다가 보물 찾기와 같은 모험담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으면서도 전혀 부자연스럽지가 않다. 오히려 앞의 두 사건은 뒤에 벌어질 이야기의 배경으로 보였을 정도이니, 뒤로 갈수록 흡입력이 더욱 더 강해졌다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다.

비록 현대 시대의 관점에서 볼 때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이 좀 낡았다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과거 에도가와 란포같은 작가가 있었음으로 해서 현재 훌륭한 작가들의 훌륭한 작품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당시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기괴한 설정을 사용한 것은 에도가와 란포의 추리 혹은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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