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 뉴 루비코믹스 611
쿠니에다 사이카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이 작가는 원래 다크한 작품을 더 잘 그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은 이 단편들의 스토리에서 전혀 어색한 면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밝은 느낌보다는 이런 것이 더 마음에 콕콕 박혔다고 할까.
사실, 쿠니에다 사이카의 만화는 <한숨의 온도>로 먼저 접했는데, 그 책은 마지막 단편을 제외한 나머지 만화의 수들이 좀 우울한 성향을 가진 캐릭터였지만, 바보 공들의 활약으로 그닥 어둡단 생각은 안했다. 그러나, 이건 꽤 음울하다.

표제작인 <파수꾼>은 한 저택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곳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그리고 죽은 자의 입장에서 모든 이야기가 진행된다. BL물에서는 꽤나 보기 힘든 설정같아서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었다.

사실 저 알비노 아이가 제일 음험한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진심을 꼬아서 이야기 하는 카즈히코, 본심을 숨기고 있는 카노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카스미. 카스미가 저지른 일은 알고서 저질렀다기보다는 동물적 본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건. 그래서 모골이 송연해지는 건 나뿐이었을까.

<Show Me Heaven>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그런 이야기.
이혼남과 물장사 하는 청년 사이의 따뜻한 이야기랄까. 캐릭터들을 보면서 왠지 한숨의 온도에 나왔던 아키모토 X 신야처럼 보였다. 성격은 달랐을지라도.

<하늘의 뒷면>은 <파수꾼>처럼 다크하긴 하지만, 왠지 현실에서도 충분히 발생 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란 느낌이 들었다. <파수꾼>은 등장 인물 자체가 현실성이 좀 부족한 느낌인데다가 왠지 몽환적이란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늘의 뒷면은 고교 졸업후 한 선배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선배 노미야와 후배 타모츠의 이야기이다. 고교 시절에 있었던 한 사건의 공범이 되어 버렸던 타모츠와 그 사건의 피해자였던 노미야. 이들의 이야기는 그때로 마무리되었던 게 아니었다. 만나지 않으면 잊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노미야를 만나면서 과거의 죄책감에 시달리는 타모츠.

사람은 과거에 구애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스스로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노라고 결심하지만 결국 그 과거에 얽매이게 되고 만다. 무척이나 우울하면서도 마지막엔 왠지 희망을 가지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마지막은 영 느낌이 확 튀어서 웃음이 터져버렸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SF적 요소를 결부시켜 작가님의 망상을 그려냈다고나 할까. 음....  재미있지만, 싫다. 이런 주인공은...

이 단편집은 무척이나 독특한 느낌의 책이었다.
무겁고 암울하고, 그러면서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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