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미네이션 - 뉴 루비코믹스 747
야마시타 토모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뭐랄까...
일루미네이션은 이제껏 읽은 야마시타 토모코의 책중에서 새드 엔딩이 가장 많이 나온 작품이랄까. 전하고자 하나 전해지지 않는 마음들이 공중에서 붕붕 떠다니는 것을 보고 있자나 왠지 울적해지는 기분이었다.

난 원래 반짝반짝 퓨어 화이트계 인간이 아니라 어두침침 음울한 다크계 인간이라지만, 그래도 BL 만화를 볼 때만큼은 밝고 명랑한 것, 그리고 해피 엔딩을 선호한다. 야마시타 토모코는 반반 정도랄까. 해피 엔딩이 있는 그 수만큼 새드 엔딩도 잘 그려낸다. 하지만 단편집 전체가 새드앤딩이라니... 흐음....

<일루미네이션>은 본 단편집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미카타 - 코야 - 스도 이 세 사람의 사랑의 행방이 제각각. 왠지 하나쯤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미카타는 노말이지만 소꿉친구인 코야에게 사랑을 느끼고, 코야는 노말이며 여자에게만 관심이 있다. 스도는 게이이면서 미카타에게 사랑을 느끼고.

돌고 도는 것도 아니라 각각의 화살은 제멋대로 뻗쳐져 있는 느낌이랄까. 하늘이여 무심도 하시지. 하긴 온 세상의 사랑이 죄 이루어진다면 사랑때문에 울 사람도 사랑때문에 고민할 사람도 없어져 사랑이란 감정의 소중함이 없어져 버릴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란게 이러니 주인공들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작가님을 타박할 일은 없다. 다만, 보면서 속상했던 건, 미카타의 발언이었다. 스도에게 '널 좋아하게 됐으면 좋았을 거라고...'라는 말을 하다니. 그것만큼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또 있을까. 차라리 좋아하지 않아라는 말이 낫지 그런 불분명하고 애매한 감정전달이라니. 서른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말이지....

그렇다고 미카타가 영 괘씸한 것도 아니다. 그럼 자신도 확인을 해보자는 코야의 말에 '끝이 빤히 보이는데 시작할 바보가 어디있냐고'라고 말하는 미카타의 말에 왠지 수긍이 간다. 코야도 바보. 왜 전부 바보들만 모여 있냐!!! 칫!!!!

<장미도 들장미도 활짝활짝>은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난 여기에 등장하는 나카히사라는 여자아이 캐릭터가 꽤 마음에 들었다. 비록 사랑의 라이벌이긴 하지만, 그래서 그 마음을 더욱 더 잘 알 것 같기에  토카메에게 손을 내민다. 나카히사 정말 멋졌다구!

<그 사람에 대해>서는 마지막 장면에서 울컥하고 감정이 치솟았던 작품이다. 이젠 고인이 된 한 사람에 대한 여러 사람의 기억. 문득, 나중에 내가 죽었을 때, 저렇게 와 줄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신의 이름은 밤>은 작가님 말에 따르면 데뷔작인 것 같다고. 지금의 그림체와는 그다지 달라진 게 없어 보이지만, 지금보다 더 퀭한 캐릭터들이었다고나 할까.
야쿠자 이야기인데, 미묘하게 서늘했던 작품이었다. 츤츤 미카시마와 통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스가의 이야기. 야쿠자 물을 좋아하지만 손가락을 자르는 부분에선 머릿속이 핑 돌아 버렸다. 난 피가 연상되는 건 싫다니까!!!

본편이 새드 엔딩의 연발이었다면, 번외편은 큐트 발랄이었다고 할까. 본편의 울적함을 좀 날려주는 그런 면이 있었다. 이게 없었더라면 난 내내 울적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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