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차일드 - 뉴 루비코믹스 116
나카무라 슌기쿠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나카무라 슌기쿠에 대해서 내게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라 이야기할 것이다. 지금도 계속 단행본이 나오고 있는 순정 로맨티카는 벌써 12권이 나왔고, 아직도 이야기는 진행중이다. 뒤로 갈수록 약간 늘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그건 그 나름대로 재미이가 있기 때문이다. 슌기쿠류의 순애보랄까. 코믹함과 어우러진 순애보는 나를 시종일관 즐겁게 한다.

 하이브리드 차일드는 순정로맨티카와는 시대가 좀 다르다. <순정로맨티카>는 현대 시대를 그리고 있고, <달이 어둠속에 숨듯이>는 완전한 시대물이었다면, 하이브리드 차일드는 SF + 시대물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가운데를 관통하는 순애보는 공통적일지는 몰라도, 조금씩 다른 양상을 띈다. 아마도 시대적인 흐름이 달라서 그럴거라 생각한다.

하이브리드 차일드.
주인의 애정으로 성장하며, 주인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존재. 그러나 인형도 사람도 아닌 독특한 존재가 바로 하이브리드 차일드다.

총 세 편의 이야기로 나뉘어져 이야기가 진행되며, 현재에서 과거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제일 앞에 나온 이야기가 제일 현재에 가깝다는 말이다. 처음엔 이런 식의 전개가 될 줄 몰라 잠시 당황했지만, 이런 식의 흐름도 나름 즐겁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뒤로 갈 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고 아파왔다.

첫번째 이야기는 코타로 X 하즈키편. 전 주인에게 두 번을 버림받고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던 하즈키를 코타로가 데리고 오면서 코타로와 하즈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움직이기까지 5년 말을 할 수 있기 까지 다시 1년 반. 코타로는 바보같고 단순하지만 하즈키에 대한 애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하즈키의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코타로가 하즈키를 위해 했던 모든 일들, 모든 말들을 보면서 가슴이 찡했다고 할까. "난 하즈키가 아니면 안돼"라고 외치는 꼬마 코타로의 모습이 여전히 내 머릿속에 떠올라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두번째 이야기는 세야와 유즈의 이야기.
세야는 예전 번에서 일하다가 전쟁이 끝난후 은거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그 전쟁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세야는 그 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마음에 지니고 살며, 여전히 그 과거에 얽매여 있는 인물이다. 유즈는 하이브리드 차일드로 세야를 무척이나 잘 따르지만,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세야는 다정한데, 왜 유즈는 성장하지 않을까.

유즈의 말처럼 다정한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 사랑이란 다른 부정적인 감정도 동반하며, 또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슬픔도 기쁨도, 고통도 상처도 함께 나누는 것, 그러한 것이 사랑은 아니었을런지.

세번째 이야기는 츠키시마, 쿠로다, 세야의 이야기이며, 세 편의 이야기중 가장 과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확실한 연대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 막부 말기로 짐작된다. 신분은 달랐지만 소꿉친구로 우정을 나눠왔던 세사람.

가장 어린애 같았던 츠키시마가 가로라는 이유로 전쟁에서 패한 책임을 져야했을 땐 속이 상해서 화가 났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 시대 상황을 생각해 본다 해도 말이다. 오랜 시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한채 마음에 품어왔던 감정을 츠키시마가 죽기 전날에야 전할 수 있었던 쿠로다의 마음도, 그제서야 쿠로다의 진심을 알았던 츠키시마도 너무나도 가여웠다.

그후, 쿠로다가 만들어낸 하이브리드 차일드. 그것은 츠키시마와 똑같이 닮아 있었다. 마치 츠키시마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낸 것 처럼. 쿠로다의 첫번째 하이브리드 차일드가 쿠로다에게 건넨 벚꽃 가지. 그리고 했던 말... 쿠로다의 마음을 울렸던 것처럼 나 역시 이 장면을 보면서 뭉클했다.

번외편인 비오는 날의 이야기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츠키시마에 대한 쿠로다의 마음을 얼핏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서. 나도 소망한다, 저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길.....

처음 코타로와 하즈키의 이야기를 읽을때만 해도 고만고만한 BL물인가 싶었다. 하지만, 세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슴이 무척이나 저려왔다. 분명히 이건 픽션임인데도 불구하고 츠키시마가, 쿠로다가 가여워서 어쩔줄을 몰랐다. 지금 서평을 쓰면서도 콧끝이 찡해지는 느낌은 츠키시마의 마지막 얼굴이 눈에 선해서이리라.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되었던 츠키시마와 그를 보내지 않으면 안되었던 쿠로다. 다음 생에서는 부디 아픔없이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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