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빛 인생 - 러쉬노벨 로맨스 203
코노하라 나리세 지음, 야마시타 토모코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이 두사람 어쩌면 좋습니까.
이 책 초반부에는 이런 말이 먼저 튀어 나왔다. 물론 연인이 된 후의 이야기가 아니라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을 알게 되었을 때 말이다.

과거의 과오로 인해 부모도 집도 형제도 다 잃게 되고 만 모모타, 그는 전과 3범에 약물중독자였다. 그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죽으려고 산 약이 싸구려라 제대로 듣지도 않고 죽도록 고생한 끝에 깨어난 모모타가 결심한 것은 자살이었다. 그때 나타난 운명의 왕자님(사실은 공주님일지도?) 론에게 구해진 모모타는 론에게 엉뚱한 요구를 한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인연. 처음에는 육체관계로 시작을 하지만, 성실하고 반듯한 론의 성품에 이끌려 모모타는 그를 위해 반듯한 삶을 살기로 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장면에서는 심각한 장면인데도 난 웃음을 풋하고 터뜨려 버렸다. 모모타의 자살극은 너무나도 허술했고, 론은 론대로 너무나도 그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보통, 자신을 살리는 댓가로 몸을 요구하는 자살 미수자가 세상에 어디에 있겠냐만은, 하나 있었다. 모모타 야스오란 사람이.
그리고 자살을 안하는 것을 댓가로 자신의 몸을 바치는 경찰이 어디에 있겠느냐만은.. 하나 있었다. 하마우즈 론이란 사람이.

언뜻 보기에도 캐릭터들의 성격이 일반인과는 동떨어져 있다. 물론 평범한 사람 기준으로 볼때 그렇단 말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60억이 넘는 사람이 있고, 그중에 이 둘 같은 사람이 한 둘 정도 있는 것도 대수는 아니겠다. 하여간, 독특한 두 사람이 만났다. 하지만 모모타는 론과 만나면서 점점 변해간다. 스스로 일자리를 구하며 론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가기로 한다. 론은 론대로 처음엔 육체 관계로 시작했지만, 점점 모모타의 본모습을 보게 되고 그에게 서서히 이끌린다. 그럴수 밖에 없다. 그런 이상하고도 기묘한 상황에서 만난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되리란 건 자명한 사실이다.

다만다만다만....
난 틀림없이 론이 공이 될 줄 알았다. 책 표지를 보아할진대, 저 비쩍 마르고 수염난 모모타가 공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뭐, 사람은 생긴대로 행동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론쪽이 공이면 좀더 폼이 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역시 난 한정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가.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그들의 관계가 깊어지고, 그들 사이의 유대감을 알게 될 수록 모모타가 공인 것도 괜찮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건 비단 sex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 사이를 유지해 주는 건 서로에 대한 진심과 애정, 그리고 믿음이 아니었던가. 잠시 묘한 상상을 했던 자신이 부끄럽다.

어떻게 보면 지독히 안어울리는 커플이지만, 사회적 위치나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모모타는 3번째 출소 후 론에게 구해지면서 새로운 생명을 얻은 거나 마찬가지이니까. 다만, 론을 위해 이리 저리 애쓰는 모습, 특히 도쿄만에 수장될 위험까지 가게 되었을 땐 정말이지 아찔했다. 바보 모모타. 론은 강력범죄 위주라구! 하지만 모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각성제 판매 루트를 알아내는 것이었기에 론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만은 높이 사주지. 하여간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론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모모타의 노력은 정말이지 눈물겨웠다.
하지만, 다시는 론에게 그런 걱정을 끼치지 말길.. 모모타. 야쿠자와 관련되는 건 목숨이 열개라도 모자라니까.

이 소설은 구성이 독특했다. 소제목이 3개가 있는데, 첫번째는 모모타를 중심으로, 두번째는 론을 중심으로, 세번째는 론의 경찰 선배 진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물론 모모타를 위주로 돌아가는 이야기 분량이 제일 길긴 하지만, 론 편도 진고 편도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론편은 론의 성격답게 무척이나 진지하게 진행되었고, 진고 편은 웃음 폭탄을 안겨주었다. 특히 마지막 일러스트를 보고는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안타깝고 안쓰럽고 바보같지만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두 사람.
이 둘의 앞에는 이제 장미빛 인생만이 펼쳐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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