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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문
폴 알테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시공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말하자면 무척이나 기대했다가 실망한 작품이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추리 소설을 좋아했던지라 특히 밀실 살인 사건같은 고전적 요소가 등장하면 가슴이 먼저 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고서는 의외의 전개에 실망해버렸다. 뭐랄까, 이 작품이 1980년대에 씌어진 거라 해도 그 트릭이 너무 낡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의 배경이 1950년대란 것을 감안해도 트릭 자체가 고전적 추리 소설의 요소를 빌어 쓴 것이라 해도 좀더 신선한 방향으로 틀을 잡지는 못했을까. 물론 밀실 살인 사건에 영매와 강신술, 그리고 희대의 마술사 후디니를 소재로 쓴 것은 나름 신선했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그다지 내게는 와닿지 않았을 뿐더러, 그런 사건을 벌인 것 자체가 이해 불가능이다. 결국 그 범인을 미친 놈으로 단정을 해야 겨우 고개가 끄덕여진다. 게다가 후반부에 등장한 이 소설의 정체. 이 부분에서 김이 다 빠져 버렸다. 사실 그 부분때문에 더욱 더 흥미가 떨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범인의 동기도 그저 막연하기만 하다.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다는 것 정도로 정리하기엔 앞뒤가 정연하지 않고, 납득하기에도 석연치 않다. 게다가 자신이 후디니의 환생이라니... 어이가 없어 한숨이 날 지경이었다.
헨리도 그렇지만, 제임스도 마찬가지이다. 헨리가 강으로 투신한 후 그는 왜 사라졌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딱 하나의 결론이 내려졌다. 헨리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인물들에게 벌어진 일을 기술하면서부터 자신을 제임스로 생각하게 되었고, 그 결과 헨리는 죽고 제임스가 그 마을을 떠난 것으로 생각한 게 아닌가 한다.
이래저래 생각해봐도 나에게 그다지 큰 임팩트가 없는 소설이었기에 그다지 높은 별점을 주지는 못할 것 같다. 다만 독특한 소재를 사용했다는 게 그나마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개인들마다 편차가 크겠지만, 그다지 권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