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마음에 검은 날개를 - 뉴 루비코믹스 625
야마시타 토모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야마시타 토모코의 만화를 보면 단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단편을 참 잘 그려내는 만화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장편도 좋지만, 짤막짤막한 이야기에 모든 걸 다 담아내는 건 역시 능력이란 생각도 든다. 소설도 장편보다는 단편이 어렵다고 하듯이 만화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장편이라면 그 충분한 길이안에 천천히 담아내면 되지만, 단편은 짧은 분량안에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것,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은 걸 다 담아내야 하므로. 

<사랑하는 마음에 검은 날개를> 역시 단편집이다. 표지도 마음에 들었고, 제목 또한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구입한 책인데, 생각보다 단편수가 꽤 많았다. 

전했으나 전해지지 않은 마음의 아픔을 담아 낸 <사랑에 못을 박다>는 너무나도 안타까워 속이 상할 정도였다. 정말 내가 모토히사의 누나였다면 아시다를 늘씬하게 패줬을 거다. 누나의 속마음이 너무나도 잘 묘사되어 있어, 다른 두 녀석이 아닌 누나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지금도 모토히사의 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정말 찢어질 것 처럼 아파온다. 

<이츠 마이 초콜릿!>은 보다가 한순간에 웃음이 폭발해 버린 단편이다. 여섯형제중 첫째, 그러다 보니 늘 동생들을 돌봐야 하고, 늘 양보해야했던 미노리의 입장이 너무나도 절절하게 와닿았다고 해야 할까. 특히 미노리가 감정을 폭발시킨 장면, 더군다나 자신의 성벽을 저도 모르게 밝혀버린 장면에서는 이거 웃어야 하나 어째야 하나하고 고민했지만 결국 웃기로 했다. 그러나 더욱더 웃어버린 건 동생들의 반응과 부모님께 그 사실을 알렸을 때, 부모님의 반응이랄까. 심각해질 수도 있는 소재를 코믹함으로 담아낸 작품이라 너무나도 즐겁게 읽었다.

<악당의 이>는 굉장히 안타까운 단편이었는데, 오랜 기간 상대를 사랑했지만 보답받을 수 없는 사랑, 그리고 상대의 사랑을 눈치챘으면서도 되돌려 줄 수 없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왠지 바보같으면서도 순수해서 마음이 시려왔던 작품이랄까.

<사랑하는 마음에 검은 날개를>은 M속의 남자 이야기이다. 자신의 성벽이 M이라고 하며 나카즈에게 고백하는 후타카미. 둘의 실갱이가 귀여우면서도 안타깝고, 그렇게 밖에 전할 수 없는 후타카미의 마음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후타카미를 마구 응원해주고 싶다. 그러면서도 엄청나게 긍정의 힘을 발휘하는 후타가미의 모습은 슬픈 코미디 영화같은 느낌이었달까. 웃으면서도 눈물이 나와버릴 것 같은 그런 영화가 떠올랐다.

<그 불을 넘어와> 역시 <사랑하는 마음에 검은 날개를>과 비슷하다. 상대가 받아줄 것 같지 않아 기묘한 방법으로 상대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고 싶어하는 바보 녀석. 비록 상대가 마음을 열지 않을지언정, 그래도 고백은 진지하게 하는 거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직 어려서 그렇게밖에 표현 못하는 두 녀석이 어찌나 귀엽던지. 학원물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장면을 보면 귀엽다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FOOL 4 U>는 정말 제대로 된 바보 공이 나온다. 20년 넘게 사귐을 지속해온 두 친구. 한 친구의 시선은 늘 한 곳을 향해 있지만, 그 시선을 받는 주인공은 정작 '네가 여자였으면 좋았을텐데..'라는 말 뿐. 나중에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을 때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알고 보니, 공수 둘다 바보였잖아!!!!!

<포토제닉>은 워낙 짧은 단편이지만, 설정이 너무나도 웃겨서 폭소를 터뜨린 작품이다.

총 7 편의 단편, 나이대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른 이들이 등장해서 때로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때로는 슬픔과 웃음을 동시에, 때로는 연민을, 때로는 아픔을 한 권에서 동시에 느끼게 해 준 <사랑하는 마음에 검은 날개를>은 한 번 읽는 것보다는 두 번째 읽었을 때 그 맛이 더 진하게 우러나는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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