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달에는 바다가 없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본 내가 무심코 중얼거린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달에는 계수나무와 토끼가 있어. 그리고 토끼는 절구를 찧고 있지라고 아무 의심없이 믿었건만, 학교에 들어간 후 달에는 토끼도 없고, 계수 나무도 없으며 있는 거라곤 황량한 땅뿐이라고 배웠다. 이미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우주선은 이미 달에 갔으며, 우주인들은 달 표면에 그 발자욱을 남겼기 때문이리라.

뭐, 그렇다고 그후에 달을 보면서 현실적인 생각으로만 일관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어둠속에서 빛나는 어슴푸레한 달빛은 신비로웠고, 우주인들이 보지 못한 달의 이면에는 다른 것들이 분명히 존재할 지도 몰라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 비록 계수나무와 토끼는 없을지 몰라도.

책의 제목인 달의 바다. 먼옛날 육안으로 달을 관찰했을 때 달 표면에 보이던 어두운 부분은 바다라 여겨졌고, 지금 그것이 바다가 아니란 것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명칭은 바다로 불린다. 아마도 굳이 명칭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소설 달의 바다는 내게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제목도 그렇지만, 구성이나 스토리도 그렇다. 소설은 두개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편지 형식, 하나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1인칭 화자가 서술하는 방식이다.

편지는 좀 읽다가 보면 알게 되지만 주인공의 고모가 자신의 어머니, 즉 화자의 할머니에게 보내는 것이고, 현재 일어나는 일은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우주인이 되어 우주선을 타고 우주 정거장에서 일한다는 고모는 벌써 오래전 미국으로 건너갔고, 이혼 후 아이만을 한국으로 보냈다. 벌써 그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고모는 여전히 미국에 있다.

할머니의 부탁으로 미국에 고모를 만나러가게 된 주인공과 주인공의 친구 민이. 주인공인 은미는 기자로 취업하기를 희망하지만 번번히 낙방하는 신세고, 민이는 남자이지만 성전환 수술을 받고 싶어 한다. 두 사람이 할머니의 부탁으로 미국에 가서 고모를 만나게 되고 고모와 관련된 진실을 알게 된다.

얼핏 보면 줄거리 자체는 참 간단하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줄거리보다 간단하지 않다. 고모가 보낸 편지에 담긴 건 완전한 거짓도 완전한 진실도 아니었다. 처음엔 그 사실을 알고 웃음이 터져 버렸지만, 고모가 그렇게 했던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니 고모가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제목인 달의 바다처럼 직접 확인해 보지 못한 상태에서는 상상만으로도 달에는 바다가 존재헀다. 물론 우주선이 달에 우주인들을 내려준 후 달에는 바다라는 존재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말이다. 즉, 존재한다는 것은 있다고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비록 사실이 밝혀지만 한낱 꿈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그 꿈을 꾸는 동안은 사람들은 행복하다. 차라리 진실을 모르고 꿈을 꾸는 편이 더 행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모가 자신의 가족들에게 전해주고자 한 것은 그런 꿈이 아니었을까.  
사실 행복이란 건 사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굳이 진실을 파헤치고 그 속에 숨은 걸 까발린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모른 척, 가끔은 속는 척 하면서 현실을 우회해갈 때 행복한 순간을 더욱더 만끽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현실 회피에서 오는 충족감과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굳이 파헤칠 것 없는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아름답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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