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네인! - 뉴 루비코믹스 818
Est Em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사랑과 우정사이. 혹은 우정과 사랑사이.
키네인을 읽으면서 문득 든 생각이 바로 이것이다.
물론 남녀간에도 우정이냐 사랑이냐로 고민하게 되고 힘들어 하지만, 동성간에는 우정을 넘어 사랑을 느낀다는 것이 사회적 금기로 인식되고 있다. 키네인은 그러한 금기를 살짝살짝 넘어가는 듯한 느낌의 책이다. 동성애로 확 넘어가지도 않고, 그 언저리에 얹혀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래서 우정에 한없이 가까운 그런 사랑같은, 사랑에 한없이 가까운 우정같은 느낌을 받았다.

쌍둥이 켄과 마리, 그리고 이웃집의 죠는 어린시절부터의 소꿉친구이다. 그러다 보니, 늘 셋이서 함께 다니게 되었고, 그것은 어느 샌가 사랑이란 감정으로 물들어 간다. 켄을 좋아하는 죠, 죠를 좋아하는 마리. 그러나 켄은 죠를 좋은 친구로 생각하고, 죠는 마리를 친구의 쌍둥이 동생이자, 친구로 생각한다.

사람은 왜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과 100% 연결되지 못할까. 혹은 사람은 왜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과 100% 연결되지 못할까. 만약 두가지 모두 100% 연결된다면 사랑 때문에 고민할 일도 없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사랑에 울고 웃고, 행복해하고 괴로워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비록 동성인 죠에게 고백을 받았지만, 부드럽게 거절하는 켄, 친구의 쌍둥이 형제이지만 마리의 고백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죠를 보면서 누구 한 커플이라도 연결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내내 했다. 난 중반부 마리의 말에 큰 공감이 갔는데, 마리는 켄을 좋아하는 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만약 내가 남자라도 죠는 켄을 택하겠지." 라고. 
이래서 사랑이 어려운가 보다. 단순힌 이성, 동성을 떠나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내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조건이. 

고교생들의 영화에 대한 열정, 미래에 대한 준비와 불안감, 사랑과 우정등을 상큼하고 발랄하게 또한 애절하고 안타깝게 담아낸 키네인. 사랑은 언제나 보답을 되돌려 주지는 않지만,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도 만드는 묘한 존재인가 보다.
 
사루비아와 이발사는 오래된 두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과거사와 현재 이야기가 반복 교차되면서 아련함과 애절함을 주는 작품이었다. 미츠오의 아내 유리가 류지에게 남긴 이야기. 나도 만약 유리같은 입장이 된다면 그런 말을 해줄 수가 있을까.

그 여름 풍경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만난 친아들과 이붓아들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기온 마츠리를 배경으로 그려진 이들의 상처 핥아주기. 그것은 거창한 모습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조금씩 마음을 통해가는 모습에서 드러났다.

믹스 쥬스는 동성끼리의 만남에서 받을 수 있는 불안함을 경계라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남녀사이에서도 우정이냐 사랑이냐의 경계가 분명 존재하겠지만, 때로는 그건 불분명하게 변해간다. 사람 사이의 경계는 칼로 무자르듯 딱 잘라서 혹은 자를 긋고 직선을 긋듯 분명하게 그릴수는 없겠지.

이 단편집은 에스토 에무의 작품으로는 세 번째로 구매한 것이다. 세 권을 읽으면서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인간 관계, 그리고 그들의 사랑의 향방등은 내게 신선한 자극을 안겨주었다. 에스토 에무는 흔하디 흔한 소재보다는 쉬이 볼 수 없는 소재로 쉬이 볼 수 없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준다. 에스토 에무의 다음 작품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건 바로 그런 이유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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