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운전을 시작한지 이제 6년째 접어든다. 물론 운전면허증은 그보다 오래전에 땄지만, 운전을 할 필요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출퇴근 문제로 차를 구입했고, 또 그러다 보니 운전을 매일같이 하게 되었다. 늘 조심운전 · 안전운전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다니지만, 고교시절 아버지의 차에 탔다가 사고를 한 번 당한 후로는 지금도 옆으로 바짝 붙어서 따라오는 차를 보면 몸이 먼저 움츠러든다. 물론 나역시 운전을 하면서 추돌 사고 미수(?)가 3건정도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무사고로 운전을 하고 있다.

교통경찰의 밤은 교통사고를 소재로 씌어진 소설이며,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으로 연작 단편이다. 일본에서는 1991년경에 출판되었고, 10년이 지나 다시 개정판을 낸 것이 우리나라에 번역 출판되었다. (초기작은 천사의 귀라는 제목으로 발행되었다. )

총 6편의 단편은 다양한 교통사고에 대한 이야기와 가해자,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천사의 귀>같은 경우에는 어느 쪽 차량이 신호 위반을 했느냐에 따라서 사고의 책임이 번복되는 이야기이다. 다만 그 목격자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이 이 소설에서는 큰 변수로 작용을 했다.

<분리대>의 경우, 횡단보도로 건너는 보행자든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든, 모든 사고의 책임은 운전사에게 돌아가는 현재의 교통 법규를 소재로 씌어진 단편이다. 피해자의 아내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지를 생각해 봤을때,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던 단편이다.

<위험한 초보운전>은 초보 운전자를 상대로 장난을 친 가해자와 그 장난으로 사고를 일으킨 피해자의 이야기이다. 차량이란 것은 아무리 작아도 1톤이상의 무게를 가진다. 그것은 달리는 흉기라는 것쯤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다. 나도 초보 시절엔 방향 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변경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낯선 커브길에서는 속도를 급격히 낮추어 거의 기다시피하는 속도로 운전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때, 양보없이 휙휙 끼어드는 자동차라든지, 바짝 붙어서 추월하려는 차들을 볼 때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오금이 저려지는 듯한 기억도 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운전 경력이 쌓인지라 미숙한 운전은 하지 않을 정도라 그런지, 초보 운전 차량을 만나면 "저 차는 왜 저렇게 빌빌거려."라고 중얼거리면서 휙하고 추월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딱 어울릴 상황이다. 

<위험한 초보운전>은 초보 운전자에 대한 위협 운전이 얼마나 큰 위험을 불러오는지를 잘 보여준 단편이다. 나중에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취한 행동의 결말을 보고는 좀 놀랐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차로 위협하는 행위가 자신을 죽이려는 행위로 보였을 거란 것에는 동의하는 바이다.

<불법주차>는 굉장히 마음이 아팠던 단편이다. 나는 불법 주차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지만, 급할 때는 잠시 불법주차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될 수 있는 대로 좁은 골목에는 주차를 피하는 편이다.
소방차같은 경우에는 워낙 차량이 크기 때문에 불법 주차 차량때문에 골목으로 진입이 늦어져 화재를 조기에 진압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단편은 화재와 관련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사와 관련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편의만을 위해 불법으로 주차한 것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쥐고 흔드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늘 명심하자.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피해자에게 동정이 많이 갔던 작품이다. 바로 앞의 작품인 <위험한 초보운전>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응징을 했던 작품이었다면, 이 작품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해 준다. 피해자가 당한 일을 생각한다면, 복수를 해라고 응원을 하고 싶었지만, 피눈물을 삼키며 복수를 포기한 피해자의 입장이 너무나도 가슴 아팠다.

<버리지 마세요> 역시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로 인한 사고에 관한 이야기이다. 운전을 하다 보면 앞차에서 던진 물건으로 인해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운전자의 양심과 관련된 것인데, 앞차에서 던진 담배 꽁초가 뒷차의 운전석으로 들어가 놀라서 사고를 일으킨다던가, 앞차에서 밖으로 던진 물건을 피하려다 사고가 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버리지 마세요>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가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살인사건이란 것으로 확대되어 버려 조금 붕뜬 느낌은 있지만, 즐겁게 읽은 단편이다.

<거울 속에서>는 가해자 바꿔치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사망사고와 관련된 사건인 만큼 작품의 결론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교통사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사망자와 부상자는 수도 없이 발생하는 현대 사회의 재앙. 이 연작 단편집은 교통사고를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냄과 동시에 추리소설에서 맛볼수 있는 트릭을 몇 가지 삽입함으로써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내가 이 단편들의 결말에 모두 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임을 감안해 볼 때, 그리고 교통사고라는 한 가지 주제로 다양한 방향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을 떠올린다면 높은 별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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