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 우키요에를 따라 일본 에도 시대를 거닐다
이연식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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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부터 우키요에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고, 어영부영 시간만 보냈다.
그러던 중 우키요에에 관한 책이 신간으로 등장한 것을 보고, 얼른 구입했다.

사실, 난 우키요에에 대해 아는 것은 전무하다.
단지 에도 시대 풍속화의 일종이며, 유명한 화가로는 호쿠사이 정도를 아는 게 다였다.
그리고 그 시대 판화를 일컬어 우키요에라고 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이 책은 우키요에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 준다.
우키요에의 발생부터 그 마지막까지를 담고 있으며,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사실을 함께 서술함으로써 우키요에에 대한 접근을 한층 친밀하게 만들어 준다.

예술이란 것은 그 시대 상황과 동떨어질 수가 없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그림만 가지고 설명을 해봤자 이해가 안가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은 그림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역사적 사실을 함께 이야기한다.
오히려 역사적 사실을 먼저 언급하고, 그에 맞는 우키요에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도 시대, 막부 말기의 상황에서 성행했던 우키요에.
그것은 민초들이 그림과 같은 예술에 한층 더 친밀해질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고, 그 시대 소식을 전하는 파수꾼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처음에는 배우나 유녀의 그림을 시작으로 해서, 민중들의 생활상, 풍경화까지 다양한 소재로 그림이 그려지고 판화가 찍혀졌다.
이 흐름은 막부의 지배 상황과 상당히 일치한다. 막부의 지배력이 강했을 때는 막부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우키요에는 만들어질 수가 없었지만, 막부의 지배력이 약해지면서, 막부와 정치를 비판하는 우키요에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역사적 흐름에 맞춘 우키요에의 발전상 이외에도 이 책에는 우키요에의 세부 장르에 대한 파트도 있다. 미인화, 춘화, 풍경화, 기담을 바탕으로 한 무서운 그림까지 볼 수 있다.
당대의 유명한 아름다운 유녀들의 그림을 보면 대체로 비슷비슷한 느낌을 준다. 저자가 말했듯이 그 당시 미인화란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에 가까운 모습이었기에 그런 식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거울이란 소재를 사용한 우타마로의 그림은 그런 정형화된 포즈나 모습에서 벗어나 색다른 즐거움을 전해 준다.

일본의 춘화는 농염하면서도 절제미가 있다. 보일듯 보이지 않는 숨겨진 농염함이랄까. 조금 놀라웠던 것은 수간같은 것을 표현한 춘화였는데, 징그럽다는 느낌보다는 그 시대 사람들의 상상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민중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우키요에는 그 시대의 한가운데를 걸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당시에는 사진이란 것이 없었기에, 당시 풍속을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림이다. 그러나 고급 화가가 그린 그림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귀족의 생활상이 대부분이지만, 우리나라의 민화처럼 우키요에는 그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아 내고 있다.

풍경화같은 경우에는 요즘 말로 하면 시리즈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아낸 우키요에는 당시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로망을 이루어주는 매개체였음에 틀림없다. 현대 시대를 사는 우리들도 여행에서 자유로운 입장은 아니다. 여행지의 사진을 보며, 그곳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는 우리나 에도 시대 우키요에 풍경화를 보면서 그 아쉬움을 달래는 그당시 사람들 사이에 이런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니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난 특히 요괴 그림에 관심이 많다. 일본에는 팔백만 신이 존재한다고 할 만큼 신도 요괴도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도깨비도 사실은 일본에서 건너온 '오니'를 바탕으로 만들졌을 만큼, 우리나라는 요괴의 종류도 귀신의 종류도 그다지 많지 않아, 난 자연스레 일본 요괴 이야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책 분량때문에 도판 목록이 많지 않아 아쉬운 점은 많았으나. 이렇게나마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되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책 후반부에는 서양미술에 영향을 준 우키요에와 서양 미술에 영향을 받은 우키요에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상파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도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외에도 모네나 드가 같은 화가들 역시 우키요에에서 받은 느낌을 자신만의 그림으로 그려낸 작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예술이란 건 역시 국경과 시대를 초월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우키요에의 탄생에서 소멸, 그리고 그것이 끼친 영향을 비롯해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씌어진 책이다. 따라서 한 작가와 그의 작품만을 다룬 책같은 것에 비해서는 세세한 부분까지 다루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나처럼 우키요에에 대해 거의 모르는 초보자들에게는 우키요에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 전체적인 흐름의 파악을 한 후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의 작가를 찾아내고, 그 작가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이 책은 우키요에에 대한 길나잡이 역할을 하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아직은 우리에게 낯선 그림인 우키요에. 하지만 그 그림들이 주는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언젠가는 꼭 도쿄 하라주쿠에 있는 오타 기념 미술관을 찾아가 우키요에를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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