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자파 스트리트 - 행복유발구역
노나카 히이라기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프랭크자파 스트리트.
이 책을 배송받고서 난 조그마한 감탄사를 내뱉았다.
너무 예쁜 표지 그림과 동글동글 귀여운 글씨.
책 표지를 보고 왠지 너무너무 예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멋지게 적중!
총 일곱편의 단편을 읽는 내내 내 입가에는 미소가 머물렀다.

프랭크자파 스트리트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동물들도 함께 산다.
사람으로는 극장 영사실에서 일하는 하루군,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를 하는 미미양, 그리고 언뜻 보기엔 노숙자이지만 실제로는 부자인 가면맨이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사람보다 등장 동물의 수가 더 많다. 그중에는 새침떼기 고양이 베호,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내는 쿨 뷰티 펭귄 그레이스, 헌책방에서 일하는 폭신폭신 포실포실 자이언트 팬더 와이와이, 너무나도 맛있는 칵테일을 만드는 마담 토끼 릴리, 프랭크자파 거리의 부동산업자 퍼그 공골라 씨, 테리어 종 정원사 보브와 아이스크림 소다를 기가 막히게 만들어는 샤벳양, 그리고 기린 린키와 얼룩말 시마조, 레스토랑의 주인인 종마 안토니오, 우아한 타조 조세핀까지... 그 이름을 다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등장 동물(?)이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등장하는 여러 동물들 역시 사람들과 같은 고민을 하기도 하고, 시샘도 하고, 사랑의 열병에 아파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등장하는 동물들은 대부분 인간과 함께 오랫동안 살아온 반려 동물인 개와 고양이, 그리고 초식동물이나 조류다. 물론 잠깐 여러 동물들을 언급하면서 늑대같은 맹수가 언급되긴 하지만, 대부분의 등장 동물들은 사람에게 귀염움을 받는 동물들이다.
자이언트 판다 역시 육식대신 조릿대를 먹고 사는 동물이니, 육식동물은 아니다.

왜 그럴까?
그건 프랭크자파 거리의 따뜻하고 다정한 이미지에 맞게 인간들에게 친숙한 동물들을 전면으로 내세운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그리고 조금 확대된 생각이지만, 이렇게 동물과 사람이 아름다운 공존을 하며 사는 세상을 꿈꿔 본다.

일곱편의 단편은 다양한 주인공을 내세워 일상의 소소하고 즐거운 순간들을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물론 그곳 역시 갈등도 있고, 사랑의 아픔도 있고, 자신보다 잘 나가는 상대에 대해 시샘하는 모습도 있다.
연인들의 알콩달콩한 순간, 신혼 부부의 다정한 모습, 모두 다 함께 참가하는 피크닉의 즐거움, 서프라이즈 파티까지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순간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눈앞을 지나간다.

게다가 이 책속에는 맛있는 음식 이름이 줄줄줄 연달아 나온다. 새벽에 읽을 때 심한 공복감에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경험까지 하게 되었으니, 배가 고플때는 이 책을 잠시 멀리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더불어 각 에피소드의 마지막에는 그 에피소드와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요리의 레시피도 나온다. 요리에 대한 감각이 좋은 분이라면 그 레시피로 멋진 음식을 만들어 낼수도 있지 않을까?

저 모퉁이를 돌면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라는 앤 셜리의 말처럼, 문앞에서 눈을 꼭 감았다가 문을 열면 그 앞에는 프랭크자파 스트리트가 펼쳐져 있을 것 같다.
길을 걷다 올려다 본 건물의 볕 잘드는 베란다에는 팬케이크를 나눠먹는 연인의 모습이 보일것 같고, 헌책방의 서가 사이에는 복슬복슬 포실포실한 와이와이의 모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극장에 가면 아이스크림 소다를 맛있게 만드는 샤벳양과 그녀에게 눈을 한시도 떼지 못하는 보브가, 공원에는 새침떼기 베호와 가면맨이 너른 풀밭에 담요를 깔고 맛있는 런치를 즐기는 모습이 보일것 같다. 마음이 울적한 날 들어간 바에서는 마담 토끼 릴리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칵테일을 만들어 줄 것 같고, 아이스크림 가게에는 그레이스가 만든 마네키네코 아이스케이크가 냉동고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찬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현실이 어깨를 살며시 두드리면 다시 평범한 세상이 내 눈앞에 펼쳐질테지... 그러나 프랭크자파 스트리트의 곳곳을 누비며, 내 눈에 담아 놓은 그 풍경들은 내 기억의 서랍 속에 고이 들어 있다가 눈을 감으면 다시 내 눈앞에서 펼쳐질 것 같다.

왠지 어딘가에 꼭 있을 것만 같은 프랭크자파 스트리트.
예쁜 삽화는 프랭크자파 스트리트의 이미지를 너무나도 잘 보여 주었다.
나도 베란다에 테루테루보즈를 매달아 놓으면 그들의 피크닉에 함께 참가할 수 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본문 내용중 이런 말이 있다.
"행복은 걸어오지 않아. 그러니까 걸어가는 거야."
이 말에는 나도 이의가 없다.
행복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난 이번만큼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이 내게 걸어오는" 기적같은 순간을 맛볼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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