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이 잘 안 풀리십니까?
고민이 쌓였는데, 상담할 곳이 없으십니까?
그렇다면 이라부를 찾아 주세요.

오쿠다 히데오의 이라부 시리즈가 총 세 권이란 걸 책 검색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구매한 책들중에 그 세 권이 다 포함되어 있다는 걸 뒤늦게야 알았다. 인 더 풀 - 공중그네 - 면장선거로 이어지는 시리즈 중 어쩌다 보니 내가 제일 처음으로 읽은 건 공중그네이다. 하지만, 같은 콤비가 등장해도 연작이다 보니 무엇을 먼저 읽든지 상관은 없을 것 같긴 하다.

제 131회 나오키상 수상작이기도 한 공중그네. 역시 오쿠다 히데오식의 유머스러움으로 한껏 무장한 책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책은 가볍고 즐겁다. 유쾌하고 통쾌하고 상쾌하다. 내가 이제껏 읽은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공중그네에는 총 5편의 단편이 연작으로 실려있다.
뾰족한 것을 극도로 두려워 하는 야쿠자 이야기인 <고슴도치>, 인간 불신으로 공중 그네에서 자꾸만 추락하는 곡예사 이야기인 <공중그네>, 장인이자 병원 원장의 가발을 벗겨 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리는 의사의 이야기인 <장인의 가발>, 제구력 통제 불능에 빠진 야구 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3루수>, 잘 나가는 소설가이지만 자신이 쓴 소설이 기존 소설과 겹치는 게 아닌가가 두려운 <여류작가> 이야기까지, 나름 잘 나가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에겐 숨겨진 고통이 있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들이 찾게 된 곳은 이라부 종합병원의 신경과.
그런데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일단 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건 신경과 의사 이라부와 간호사 마유미이다.
이라부는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의 몸을 가진 의사. 그가 내리는 처방은? 일단 주사 한대!!
간호사 마유미는 초미니 스커트에 환자 앞에서도 담배를 물고 있으며, 세상 만사 관심없는 듯한 나른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콤비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어찌나 죽이 잘 맞는지. 게다가 이라부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이라부의 말에 푹 빠져 다음 진료를 예약하는 환자들.

이라부의 진료 방식은 독특하기 그지없다.
실제로 이렇게 진료할 신경과 의사는 없어 보인다만은....
선단 공포증을 앓는 야쿠자에게는 극약 처방이나 다름 없는 뾰족한 물건을 들이대지를 않나, 점프를 하지 못하게 된 공중 곡예사를 치료할 때는 오히려 본인이 더 신나서 서커스장으로 간다. 왕진이란다. 서커스장에서 공중 곡예를 배우는 이라부. 거구의 몸이 하늘을 날다 뚝 떨어진다. 상상한 해도 웃음이 연신 터져나온다. 특히 몸은 안돌아가고 목만 돌려서 점프라니....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어 하는 의사 친구에게 내린 처방은 간판에 낙서해서 묘한 글자 만들기... 그러나 그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 친구. 결국 이라부는 병원장의 가발을 홀랑 벗겨내는 큰 사고를 친다. 사실 가발이란 것이 보는 사람에겐 웃겨 보여도, 가발을 착용한 사람에겐 엄청난 컴플렉스다. 병원장이란 위치가 있어 모두 쉬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겁없는 이라부는 친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그런 일을 하는 듯 보인다.

제구력 통제 불능에 빠진 야구선수와는 캐치볼을 즐기고, 자신의 소설에 대해 불안해 하는 여류 작가에게는 자신이 글을 쓰고, 마유미가 그림을 그린 원고를 보여준다.

정말 이라부가 하는 일은 이해불가, 통제불가의 영역에 있는 듯하지만, 어느새 환자들은 그의 낙천적인 모습에 휩쓸린다. 치료가 될 것 같지도 않았지만, 어느새 이라부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자신이 두려워했던 것과 마주하게 되는 환자들. 이라부의 특기는 환자들이 자신이 직면한 두려움의 원인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것 뿐, 실제로는 별 치료다운 치료는 하지 않는 듯 보인다.

마음의 병이란 어떤 것일까.
그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다. 무슨무슨 증상에는 무슨무슨 약을 처방한다라는 것이 신경과에서는 씨알도 안먹힐 소리 같다. 개개인의 삶은 모두 다른데, 그걸 일률적으로 처리하기란 애초부터 무리가 아닐까. 어찌보면 오히려 신경과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은 이라부로 보이지만, 그의 그러한 성격이 오히려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이라부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세상만사 고민투성이 어려움 투성이로 가득 찬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별 것 아니란 생각이 자꾸만 든다. 혼자서 고민하고 끙끙 앓고, 다른 사람 탓을 하다보니 그 상처는 더 깊어지고 더 악화되는 게 아닐까. 이라부처럼 산다고 해서, 또한 이라부가 내린 처방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자신에 대해 먼저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