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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떼가 나왔다 -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평점 :
정글숲을 헤쳐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늪지대가 나타나면은 악어떼가 나올라, 악어떼!
"왜 아이들 동요로 서평을 시작했느냐"하고 궁금해 하실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 10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받은 작품인 안보윤의 <악어떼가 나왔다>라는 책 제목은 내게 어린 시절 부르던 동요를 생각나게 만들었다.
동요에 등장한 악어떼는 정말 악어라면, 이 소설속의 악어떼는 악어가 아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제목으로 사용된 악어떼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결론은?
잘 모르겠다이다.
책은 분명 즐겁고 재미있게 읽었다.
일명 코믹잔혹극이란 장르에 걸맞을 만큼 코믹하고 또한 잔혹하다.
그리고 그 코믹함이란 인간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비웃음을 날려 주는 듯하다.
어느 날 대형 마트에서 일어난 아이의 실종.
그 아이는 현 경찰청장의 아이였다. 당연히 마트는 발칵 뒤집어지고, 보안을 담당하던 실장은 해고, 마트는 쑥대밭이 되었다.
그후, 아이의 엄마란 사람이 아이의 배에 악어 문신이 있다는 특징을 이야기하고, 아이들을 가진 가정이면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들에게 문신을 새기게 한다. 문신이란 원래 뒷세계와 관련이 있는 건데, 이젠 미아 방지 문신이라...
게다가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찾기 위해 미아 보호소에 거금을 기부하는 한편, 아이를 찾아 내지 못하는 경찰을 비난한다. 자신의 남편이 경찰청장인데... 경찰청장인 남편은 결국 사직서를 내게 된다.
이정도 이야기를 꺼내면 어라라, 뭔가 위화감이 든다라고 생각하는 분이 틀림 없이 많을 거다. 미아 방지 문신이라고?
그 후로부터 이 소설은 기름 두른 후라이팬에서 튀겨지는 팝콘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정신없이 튀어간다.
아이를 잃어버린 전 경찰청장의 아내는 어느새 아이를 잊고 강아지 키우기에 여념이 없고, 미아 보호소에 기부하던 돈은 전부 강아지에게 투자한다.
생선 장수 남자는 창녀를 죽인후 토막내어 한강에 유기하고, C컵 꽃띠 여자는 자신의 다리를 혐오해 결국 다리 절단 수술을 받는다. 하지만, 이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생선장수 남자가 여자를 유기할 때 사용한 가방 - 그의 아내가 사왔다 - 에는 아이가 들어 있었고, C컵 꽃띠 여자는 다리만 자르면 완벽해질 줄 알았던 자신이 더욱더 볼품없는 인간이 된 것을 그제서야 깨닫고 한강에 투신.
여자의 투신과 더불어 한강에 가라 앉아 있던 사체 80구가 떠오르고, 생선장수 남자가 유기했던 여자의 사체마저 떠오른다.
결국, 생선 장수 부부는 살해 및 사체 유기로 잡혀 들어가고, 그들이 보호하고 있던 아이는 결국 부모를 찾지 못한채 - 사실은 경찰의 귀차니즘 -으로 다시 미아 보호소로 직행한다. 그 아이가 부모를 찾을 수 있었을까? 결론은 알 수 없다이다.
소설 자체로는 읽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사회 문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아 문제, 권력을 가진 자의 횡포, 경찰의 무능함, 외모 지상주의, 살인 및 사체 유기같은 강력 범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 죽어간 사람들 등.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무슨 교훈을 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용두사미라고 하기엔 부적절한 말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결론은 뭐?
라고 반문하고 싶다.
사회의 부정 부패를 까발리긴 했지만, 까발리는 것만으로 끝나면 무슨 소용이 있지..
란 생각이 든다.
작가가 이 상을 수상할 당시 스물다섯살.
젊은 나이에다가 첫 소설이란 걸 감안하면 잘 씌어진 소설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시 뭔가가 부족하다.
작가의 다음 작품에서는 그 부족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