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지가 알고 있다 - 뉴 루비코믹스 879
우메타로우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나미히라 X 치즈카 세번째 이야기.

<약지가 알고 있다>의 전개는 내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 갔다. 책 뒷표지를 보고 예상을 못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뭐 이런 취향이 좋은 사람이면 좋겠지만, 난 이런 취향이 아니라서, 보면서도 내내 투덜거렸다.

사실, 사내 연애란게 간단한게 아니다. 게다가 치즈카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면 더욱 그러할테지. 그런데 나미히라는 치즈카와 사귀기 시작하면서, 그런 정도의 각오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사내 연애란 남남 커플은 말할 필요도 없이, 남녀 커플도 쉬쉬하는 면이 많다. 물론 요즘은 사내 커플도 인정 받는 추세이지만, 만약 헤어질 경우(난 극단적인 걸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지라) 누군가 하나는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입장에 처해질지도 모른다. 그건 보통 약자 ㅡ 내 말로 이런 이야기 하기 싫지만, 남녀 커플의 경우 여자, 남남 커플의 경우 수가 되려나 ㅡ 가 그만 두는 게 보통의 흐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미히라는 치즈카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길 바랐다. 남자 커플을 인정해달라니, 너 바보아냐? 라고 나미히라를 질책하고 싶었다. 평소에는 일 잘하던 녀석이 그런 일에 휘둘려서 이래저래 방황하는 꼴을 보자니, 속에서 욱하는게 치밀어 올랐다.

그러더니, 고작 그런 것에 상처받아서 ㅡ 물론 나미히라 입장에서는 고작 그런 게 아닐지도 모르지만, 남남 커플에 사내 연애라면 어느 정도는 각오했어야지 ㅡ 술에 취해 동료와 함께 밤을 보내다니... 내가 만약 그자리에 있었다면 나미히라를 한 대 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완전히 뻗어서 기절한 것도 아닌데, 넌 사랑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을 구분도 못하냐? 그건 술을 얼마나 먹었든 당연히 구분해야 할 거라 생각한다. 바보 나미히라.

그래 놓고, 속으로 전전긍긍. 치즈카에게 숨길 궁리나 하고, 정말 최악이잖아. 솔직히 연애를 할 때 혹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은 항상 약자의 입장이라고, 나미히라도 자신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치즈카를 더 사랑하기때문에 약자라는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근데, 그건 치즈카 입장도 마찬가지 아닐까. 사랑의 무게를 잴 수 있는 것도 아니요, 사랑의 정도를 잴 척도 또한 없는 게 사실인데...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을 사랑할 때만이 약자가 되는 게 아닌가?

하여간, 나미히라, 어려도 너무 어리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어느 정도는 각오가 필요하고, 또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도 필요하다. 혼자서 오해하고, 상처받고. 진작 치즈카에게 물어 봤더라면, 치즈카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해 봤더라면 이런 일은 없을테지만, 나미히라의 성격이 원래 그런 것이니 이제 따지는 건 그만 둬야지 않을까 싶다. 

중간에 어설픈 복수를 하고자 등장한 인물의 효과는 별로 강하지 못했다. 그래서 좀 밋밋했던 것도 사실이고. 그 사연을 들어보니, 사람은 정말 자기 좋을대로만 생각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할까.

참, 나미히라에 대해 나쁜 말을 그만하자고 했는데, 딱 한마디만 더.
은근히 나미히라 M 경향이구나. 심각한 정면인데 웃음이 나올뻔 했다. 난 사실 M 성향을 가진 수는 별로 안좋아한다. 물론 나미히라가 늘 그런 건 아닌 것 같지만 (두 권을 읽고 낸 결론) 치즈카에게 용서받고 싶다는 마음과 한편으로는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벌을 받고 싶은 마음이 섞여서 이렇게 드러난게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난 S 경향이나 좀더 심한 귀축 성향의 공은 참 좋아하는데, M 경향 수는 좋아하지 않는다니, 이거 참....

이젠 제발 좀 정신차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믿으라구, 나미히라.
서로 사랑을 할 때 일방적인 상처를 받는 커플은 이 세상에 절대 없으니까.  

참, 제목인 <약지가 알고 있다>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직접 읽고 확인하시길... 솔직히 좀 과격한 치즈카의 모습에 놀랐지만, 독점욕 강한 성격이다 보니, 이정도로 끝난 게 다행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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