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나비 기담 - B애+코믹스 114
혼죠 리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혼죠 리에의 만화는 그러고 보니 <화학실로 오세요> 외에는 읽은 게 없다. 워낙 BL계도 작가층이 두텁다보니, 좋아하는 작가 몇 몇을 제외하고는 겹치는 작가가 거의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은빛나비기담>은 책 표지에 끌려서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 기모노를 입은 미남자들에게 확 끌리는 경향이 있으니까. 뭐 사람 취향이겠지만, 난 수트보다는 이런 기모노 차림의 남자들에게 눈이 많이 가는 건 사실이다.

<은빛나비기담>은 2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표제작인 <은빛나비기담>은  미래의 유곽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같은 작품이고, <좋아서 다니면>은 학원물이다. 물론 다 읽고 나서 역시 내 머릿속에 더 강렬하게 남아 있는 작품은 단연코 <은빛나비기담>이란 건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은빛나비는 銀蝶(긴쵸우)를 우리말 식으로 풀이한 것으로, 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을 뜻하기도 한다. 2067년의 도쿄를 배경으로 제 3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남창들이 일하는 유곽의 이야기인데, 난 소우이치 X 긴쵸우 보다는 중간에 어이없이 죽어버린 야쿠자 두목 쿠로키쪽이 더욱 마음에 든게 사실이다.

소우이치와 긴쵸우는 조금 무난하다 싶을 정도이지만, 역시 야쿠자 보스인 쿠로키는 화끈한 면이 있기 때문일까. 어쨌거나, 그가 남기고 간 회중 시계, 그리고 그의 사체가 발견된 강가에서 자신의 곰방대를 던지는 긴쵸우의 모습은 참 애달픈 느낌을 주었다.

유곽안의 삶과 유곽밖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구분짓고, 유곽안에 있을 때만큼은 상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긴쵸우의 이야기는 언뜻 서글픈 느낌이 든다.

물론 소우이치와 긴쵸우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도 참 좋았다. 특히 긴쵸우에게 쥬방을 걸쳐주면서 미묘하게 떨리던 소우이치의 손이라든지 시선의 흐름은 소우이치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준 부분이라 그런게 난 참 좋았다.

하라사키와 토우엔 사이의 미요한 - 사실은 토우엔의 일방적인 감정에 가깝지만 - 감정의 교류도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뭔가 감질나게 간만 보여준 듯한 느낌이 아쉬웠고, 야가라스와 후미아키의 이야기를 담은 번외편인 어둠과 외설은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고 할까. 물론 그 내용만으로도 대충 짐작은 가지만, 좀더 이야기가 더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좋아서 다니면>은 학원물로 고교생들 이야기인데, 풋풋한 풋사랑같은 느낌이랄까. 고백하는 입장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입장도 조심스럽고 과하지 않은 표현이 좋았다. 역시 학원물은 과하지 않은 표현이 더 좋다고나 할까.

시대적 공간적 배경이 다른 두 편의 작품을 만나 참 좋은 느낌을 받았던 <은빛나비기담>.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전체적으로 물 흐르는 듯한 잔잔한 느낌이 좋았던 만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