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라디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2
레오폴도 가우트 지음, 이원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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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호러 소설을 좋아하는지라, 이 책을 봤을 때 아무런 망설임없이 구매했다. 하지만, 책 띠지에 있는 내용이나 책 뒷표지에 있는 내용만큼의 자극과 두려움은 없었다.
초특급 호러란 말은 좀 어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으나 소설 자체로는 구성이 탄탄하고, 온갖 복선들이 깔려 있어 읽는 재미는 컸다. 다만 호러 소설이라고 하기엔 무섭지 않은게 흠이랄까. 무섭진 않은데, 생각해보면 섬뜩하다, 이것이 이 소설이 주는 최종적인 느낌이었다.

처음엔 책 뒷표지의 문구를 보고, 진짜 유령이 등장하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밤 자정 이계로 통하는 문이 열리는 곳>이라는 설명을 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왠지 낚였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테니,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계란 말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저승세계 혹은 사후 세계를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에서는 평행 우주 개념으로서의 이계를 생각하는 게 무난하지 않은가 싶다.

주인공 호아킨은 십대에 부모님을 사고로 잃었다. 그 사고로 만난 건 충돌 차량의 유일한 생존자 가브리엘이었다. 동시에 부모를 잃고 혼자 생존하게 된 두 소년은 음악이란 공통된 취미로 서로 친구가 되지만, 불법 공연을 하다가 가브리엘은 감전 사고로 죽게 된다.

그 후 <고스트 라디오>라는 방송을 진행하게 된 호아킨은 조금씩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된다. 그러나 이미 그것은 예고되어 있던 것이다. 사고가 나기 전 라디오에서 들리던 목소리,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던 섬뜩한 음악들....

이 소설은 5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호흡은 짧은 편이다. 그러나 그만큼 장면 전환이나 사건의 흐름이 지루하지 않고 빨리 진행된다. 호아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끔찍한 이계와의 접촉, 그리고 고스트 라디오에 자신들이 겪은 기괴한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청취자들의 이야기등 끊임없이 매시간 새로운 방송과 이야기를 내보내는 라디오처럼 이야기는 뺘르게 진행된다.

대부분 호아킨의 1인칭 서술이지만, 중간에 몇 번은 알론드라가 1인칭으로 서술되기도 한다. 이것도 작가가 마지막을 위해 미리 깔아둔 복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중후반부로 가면서는 알론드라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과연 그녀는 누구일까. 그리고 호아킨에게 신호를 자꾸만 보내는 자는 누구일까.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가능하도록 작가는 충분한 설명을 곁들여 놓았기에, 마지막이 결론이 놀랍지는 않았다. 물론, 반전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이 소설은 반전보다도 그렇게 되어 가기 까지의 과정이 중요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 
그 모든 것이 진실이고 진짜로 존재하는 것이라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진실이 아니라면?
호아킨의 말처럼 꿈꾸던 자가 잠에서 깨어나면 꿈속의 인물들은 어떻게 될까?
과연 우리가 현재 발딛고 살아가는 이 공간이 꿈속의 공간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지?

이런 생각을 한 번쯤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지금의 삶이 몹시 힘들고 지칠때, 이게 꿈이었다면, 깨고나면 행복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텐데... 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그 경험을 떠올려 보자.
하지만, 꿈에서 깬 현실이 꿈보다 더한 악몽이라면?
바로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이 이 소설이다.

마지막 부분이 왠지 우리나라 영화 <거울 속으로>를 떠올리게 했지만, 이승과 저승, 현실계와 이계라는 부분은 누구도 알 수 없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가 <고스트 라디오>를 읽으면서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당신은 지금 꿈속에서 살고 있는가, 아니면 현실에서 살고 있는가.
그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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