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스 문도스 밀리언셀러 클럽 6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암보스 문도스는 <아임 소리 마마>를 읽으면서 느꼈던 충격과 자극의 기억들을 기대하면서 읽었던 책이었으나, 사실 그것에는 좀 못 미쳤다. 그렇다고 영 별로였다는 것은 아니다.

총 7편의 단편이 실린 암보스 문도스는 인간의 본성과 그것에 기반한 악의에 대해 다룬 작품이다. 물론 뚜렷하게 드러나 검은 아우라를 내뿜는 악의도 있지만, 인간의 심리와 본성에서 나온 본능적 행동들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 보니 눈으로 보이고 귀로 들리는 섬뜩함이 아니라, 그 어둠 속에 숨어서 눈을 희번덕 거리는 어떤 기분 나쁨이 존재하는 그런 소설이랄까.

<식림>은 이미 20대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부모님댁에 얹혀 사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외모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에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림으로써 자신감을 되찾게 되지만, 그것은 긍정적이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과 오만이라는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받았던 상처를 타인에게로 돌려 주는 악순환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루비>는 홈리스들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공원에 찾아온 한 여자. 도키오는 그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자신의 상자집으로 데려가지만, 도키오의 주변에 있는 홈리스들도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자신만의 소유로 하고 싶어 그녀와 도망칠 계획을 세우지만, 결국 남은 건 배신뿐. 그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금단의 사과를 혼자서 차지하려고 한 댓가는 그나마 자신이 발붙이고 살 땅을 잃어 버리고 여자마저 자신을 버린다는 것으로 되돌아왔다.

<괴물들의 야회>는 불륜에 관한 이야기이다. 거의 10년동안의 불륜, 그러나 그 끝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사실 불륜이란 건 금단의 일인 만큼 달콤하지만, 반대로 독이 감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키코 역시 그랬다. 다구치가 언제나 자신을 사랑할 거라 생각하지만, 다구치가 그녀를 사랑했다면, 벌써 그녀와 결혼을 했을 터이지, 불륜 상대로 남겨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사람들은 그걸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사키코도 마찬가지로 사랑에서 집착으로 바뀌어버렸고, 자신만이 상처받는다고 생각한 가엾은 여자일 뿐이었다.

<사랑의 섬>은 태국으로 여행을 간 세 여자가 자신의 비밀에 대해 고백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함께 여행을 하는 동료이지만, 서로에 사생활까지는 알지 못하는 그녀들. 그녀들의 진실게임은 그녀들이 깊이 감추어 놓았던 비밀을 털어 놓게 만든다.

<부도의 숲>은 굉장히 복잡한 가족사를 가진 아이코라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부모대의 사랑과 배신, 그리고 그것이 지금도 반복되어 간다. 

<독동>은 가족 관계에서 어떤 의지도 할 수 없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재혼한 어머니는 새로 낳은 아이에만 신경쓰고, 양아버지는 그녀를 매몰차게 대한다. 점점 그 미움은 커지고, 어느날 자신들의 절에 들어온 한 노숙자 부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양아버지를 없앨 계획을 세운다. 

<암보스 문도스>는 불륜 커플이었던 여교사와 교감이 쿠바여행을 간 동안, 한 학생이 죽는 사고가 발생한 후 벌어진 이야기이다. 물론 여교사와 교감이 받는 처우도 묘사되어 있지만, 중심 내용은 아직 어린 학생들 간에서 발생하는 계급적 구조와 권력 구조, 그리고 아이들이 가질수 있는 악의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른들의 악의란 것도 무섭지만, 아이들이 가지는 악의는 상상을 초월한다. 오히려 순수하기 때문에 그것이 더욱 무서운 법. 고작 초등학생들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섬뜩한 일이었다.

이 단편집에 수록된 총 7편의 작품은 사랑과 배신, 불륜, 타인에 대해 갖는 악의, 가족간 유대감의 결핍 및 그것에서 발생하는 소외감 등 다양한 소재를 가지며,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키고 있다. 불륜이나 노숙자, 이지메같은 사회적 문제와 결합해 사람들 마음속에 깊이 숨겨진 여러 가지 형태의 악의들을 보여준다.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나름 괜찮았던 단편집이라 이야기 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